김도훈 위원장
김도훈 위원장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보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에 틀림없다. 

디지털 시대를 좌우하는 핵심 자원은 무엇일까. 미래를 내다보는 석학들이나 IT전문가들은 모든 기술자원보다 더 중요한 자원이 데이터라는 데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바야흐로 데이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데이터란 무엇일까. 가장 쉽게 정의한다면 사람들이 관찰하고 생각한 모든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추가한다면 사람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들도 잘 정리하면 훌륭한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전수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부처님 말씀을 몇 백년 동안 머리 속 기억에 의존하여 말로만 전해오다가 ‘여시아문(如是我聞)’이라고 풀어놓으면서 집대성하는 순간 ‘말’ 속에만 남아 있던 데이터가 ‘글’로 바뀌게 되었다. 말보다는 글이 데이터의 정확도와 부처님 말씀의 전승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가, 기업, 대학, 그리고 종교까지 모두 기록하는 데 역점을 두어 온 것이다.

그런데 그 ‘글’보다도 더 강력하고 더 정확하게 사람들이 쌓아온 지식, 일 나아가 성현들과 선진들의 말씀과 업적들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데이터’라는 사실에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디지털 데이터는 글뿐만 아니라, 사진, 소리, 동영상 등까지도 훌륭한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정확한 정보를 보관하고 전승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극대화한 AI가 인간의 지능이나 판단력을 넘어섰다고들 한다. 이미 AI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영역이라고 간주되던 의료, 법률 분야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장래에 사람들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동원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종교계도 이런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것 임은 물론이다.

그러면 우리 교단에서도 AI 기술자들을 많이 양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전문가들이 답하고 있다. 기실 AI 기술자들이란 결국 컴퓨터에 디지털 데이터를 입력해서 컴퓨터로 하여금 분석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이른바 ‘알고리즘’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인 셈인데, 이런 기술자들은 소수만 있어도 우리 교단이 필요로 하는 일 정도는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은 디지털 데이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그에 앞서 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다. 그 하나는 우리 교단의 모든 지식들과 업적들을 하루 빨리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고 보관, 전수하는 일이다. 이 일의 중요성은 최근 교단에 큰 타격을 준 ‘전서 증보판’ 출판 오류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말과 글로만 남아 있던 데이터들이 디지털로 전환되어 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실수가 일어났던 것이다. 교단의 역량을 모아 이 일에 나서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이렇게 디지털 데이터가 구축된 이후 이를 교단 행정에 활용하기 위한 ‘전문가’들이 양성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자’가 아니다. 

구축된 디지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교단의 미래를 열어갈 정책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데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구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종사님이 외치신 그대로 물질이 개벽된 시대에 개벽된 정신을 가진 인재들이 필요한 것이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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