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원불교신문=김세진 기자] 한겨레중고등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과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남한사회 적응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설립한 학교다. 2006년 3월 1일 개교한 한겨레중고등학교는 국내에서 처음 설립된 특수 목적 학교인 만큼 정부와 각계의 관심이 지대해 많은 인사가 학교를 방문해 격려와 지원을 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진 교육사업이기 때문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육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책임을 맡은 이진희 교장을 만났다.
 

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첫 외부공모 교장으로서 각오는
9월 1일부터 정식근무다. 첫  외부공모 교장이라 책임감이 무겁다.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원칙과 상식을 바탕으로 학교경영을 해 보고자 한다.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통일시대 교화의 역군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사실 학교에서는 잘 적응했어도, 막상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부적응 학생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졸업 이후까지도 아이들의 삶을 책임져 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있다. 북한에 연고를 둔 학생들의 특징이 있다. 남한 학생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정서적인 면을 교육과정에 포함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요즘 부상하는 직업군들을 교육과정에 적용해서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공모하게 된 계기는
원서를 낼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립 8개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 인문계에 주로 있었다. 넘버원 교육을 지향하면서 최고를 위해 줄을 서는 교육을 주로 한다. 어느 순간 줄 서는 교육을 위한 것은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잘하는 사람을 끌어주는 교육보다 어려운 학생을 보듬어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을 하고 공모에 지원하게 됐다. 도덕 교과서를 개발할 때 통일 단원을 집필을 했고, 통일 관련 연수도 많이 받았다. 연수를 통해서 북한 아이들과 하룻밤을 함께하는 코스가 있었다. 그때부터 울림이 있었다. 지난해 교감 연수를 받았다. 공립 학교에서 교감, 교장을 하면 오히려 더 순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육관을 한겨레중고등학교에서 펼쳐보고 싶어 도전하게 됐다. 


교육자로서 교육 철학은
세상에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라고 생각한다. 앞서가는 아이는 앞서가는 만큼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자신의 능력이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라는 것을 일깨워줘서 배려심을 함양시키고,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들이 잠재적인 능력을 발현해 낼 수 있도록 찾아주는 역할을 교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전 제시와 동기부여가 나의 교육 철학이다. 학생들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라고 생각하며 행복한 삶에 다가갈 수 있게 조력하는 사람이 바로 교사라고 생각한다. 교사는 사람을 바꿀 수도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굉장히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장점을 꼽는다면
‘맑고 밝고 훈훈하게’라는 교훈 아래 최선을 다해 학생을 교육하는 헌신적인 교직원들이 우리 학교의 장점이다. 또한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국영수 등 교과 외에 다양한 특성화 교육이 있다. 바리스타, 네일아트, 메이크업, 제과제빵, 목공, 원예, 지게차실습 등 다양한 활동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가게 해주는 학교다. 학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을 없애고, 정서적으로 교류하며 친구들과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이진희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원불교와 인연은
시부모님의 영향으로 27살에 입교했다. 가끔 시댁에 내려오면 전주에 있는 교당에 따라갔다. 시어머니가 가족끼리 함께 교당 다니는 분들을 제일 부럽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40대 초중반쯤 됐을 때, 어머니가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딸만 둘이니, 이제라도 네가 아들을 낳거나, 교당을 제대로 다니거나 둘 중 하나를 하면 좋겠다”라고 말씀했다. 그런데 어머니 말씀이 거슬리지 않았다. 대치동이 집이니까 대치교당을 갔다. 당시 시동생이 서울에 살았는데 어머니가 두 형제가 일요일 점심때라도 만나서 식사라도 같이 하면 어떠겠냐고 제안을 하셨다. 그래서 거리상 중간쯤 있는 강남교당에 다니게 됐고 그때부터 강남교당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사회 회장도 맡았고, 다양한 봉사활동, 마음공부 일기발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당에 스며들었다.


장학사업과 봉사활동이 왕성한데
장학사업은 1980년대 후반 교생실습을 하면서 알게 된 창신동 달동네에 사는 학생이 시작이었다. 그후 지금까지 ‘청죽장학회’를 통해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9월 1일 자로 서울시교육청 퇴직이다. 퇴직수당 중 일부는 근무했던 여러 학교와 모교에 기탁할 예정이다. 인과의 이치를 알면 내 자녀를 교육하듯 힘 미치는 대로 조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강남구자원봉사센타 소속 봉사단체 ‘사랑과나눔’을 이끌며 지역 학생 및 주민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헤어소품을 만들어 전국 100여곳의 보육원에 보내주었고, 천연비누를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으며, 쿠키도 만들어서 필리핀 해외봉사팀에 보내기도 했다. 중고물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지역주민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원불교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공립학교 32년 동안 17분의 교장 선생님을 모셨다. 정말 훌륭한 분들은 가랑비 옷 젖듯이 선생님들이 저절로 따라갔다. 진심은 통하더라.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경청하고 함께 어울리다 보면 결실로 맺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인과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꼭 만들고 싶다. 북한과 연이 닿아있는 아이들이 나중에 꼭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도록 터전을 닦는 일을 하고 싶다. 주위에 혹 어른이든 아이든 북한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편견을 가지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같은 동포로 봐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한겨레중고등학교는 북한이탈청소년과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심리적 상처를 보듬고 교육하는 특성화 중고등학교로서 국내 최초 그리고 유일의 정규학교이다. 이 학교의 상징이 매우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성과가 교단 발전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재가출가교도님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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