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무
박도광 교무

[원불교신문=박도광 교무] 해방 후에도 민족종교가 ‘유사종교’ 또는 ‘사이비종교’로 부정되던 시기에, 원불교학을 정립하고 학계에 공인을 받도록 한 것은 숭산 박길진 원광대학교 초대 총장을 비롯해 선구적 역할을 한 원불교 학자들이다. 수많은 원불교 관련 저서와 수천 건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원불교학이 발전해 왔다.

그러나, 현재 원불교가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확장되었던 원심력이 축소되고 있다. 원광대학교 해외포교연구소의 Won-Buddhism, 국제교화연구소의 Living Buddha 등의 영문저널을 발간해 원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해왔지만, 이를 이어 원불교교서 번역을 담당해 왔던 정역원은 지난해 2020년 폐원됐다. 

대산 김대거의 종법사 재임 시 세계평화를 위해 UN과 같이 종교인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여 실천한 UR(United Religions) 종교연합운동은 소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원불교학의 세계화는 요원한 것인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첫째, 원불교학 세계화의 성공 여부는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 원불교 예비교무 지망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원불교를 전공하는 학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인재수급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단의 대내외적 활동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교단과 국가 사회를 제대로 운영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이다. 미래의 원불교 발전을 위해 교단 역량을 청소년 교화에 역점을 두고 각 분야의 전문 인재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원불교학의 세계를 위해,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원불교총부가 국내의 총부가 아니라, 세계의 총부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과 제생의세의 비전을 전인류가 실철할 수 있도록 안목과 경험의 세계가 확장돼야 한다. 유산 정유성(봉길)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원불교를 세계학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는 이를 이어 세계학계에 원불교를 소개하는 글들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필자도 해외에 원불교를 알리는 역할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현재의 티벳불교가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고 세계 불교계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달라이 라마 14대의 개인의 지도력과 인품만이 아니다. 티벳불교는 티벳불교문화의 전통을 중시하면서 수행과 학식을 갖춘 승려학자들을 양성해 세계 곳곳에 파견했다. 세계의 젊은 학자들이 다람살라의 티벳사원에 머물면서 전통과 사상을 직접 체험하고 연구하도록 공간을 제공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자연스럽게 세계인을 대상으로 확장됐다. 티벳불교의 세계화는 갈등과 대립을 넘어 평화를 실현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의 장을 넓힌 결과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원광대학교

[2021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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