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교도/화정교당
김도훈 교도/화정교당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곳곳에서 탄식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9월 29일로 계획되었던 수위단원 선거가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 연기의 이유도 부끄럽기 그지없는 ‘부정행위’다. 어떤 변명으로도 교단의 장래를 걱정하는 대중들을 납득시키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원불교 교단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교단으로서 일사불란한 지도체계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이런 지도체계 아래서 원불교 교단이 이루어 온 업적은 실로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신심과 공심이 깊은 전무출신들의 무아봉공의 정신이 발휘되었고, 열성 재가교도들의 합심이 뒷받침 돼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일사불란한 지도체계가 기여한 바도 컸음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런 일사불란한 지도체계는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비공개성이라는 큰 문제점을 잠복하고 있었다. 그런 전통이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돌이키기 어려운 문제를 낳게 한 것이다. 교단이 맞은 미증유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 위한 결정적인 선거였기에, 가장 높은 투명성을 기했어야 할 수위단원 후보 추천 과정에서 불투명한 조치가 발생하였고, 그런 조치가 아무런 제재나 검토를 받지 않고 만 것이다.

그래서 개혁을 요구하는 바람은 더욱 거세어졌다. 그 바람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교단 발전을 이끌어 왔던 일사불란한 지도체계 자체까지 흔들기 시작하였다. 법치교단임을 자부해 왔던 원불교 교단이건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거칠기 짝이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전서폐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의결한 수위단원들에게까지 그 바람은 불고 있다. 이미 사퇴한 수위단원들이 어떻게 개혁의 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또한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다. 그 정치화의 바람은 오로지 지도체계를 흔드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교단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과연 지금 어떤 형태의 새로운 지도체계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교단 발전의 방향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인가? 문제는 지금 일고 있는 개혁의 바람이 종교가에서 풀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과제들인 교화체계의 개선, 인재교육의 방향, 사회를 향한 역할 등 교단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관점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건설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교단 위기의 상황에 편승하여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만 반응하는 대중들의 자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대중들도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대종사님이 세운 교단을 바람에 날려 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향후 우여곡절 끝에라도 새롭게 선출될 수위단원들이 이런 교단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과제들과 함께 교단 지도체계 개편까지도 포함하는 개혁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교단의 지도체계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 개혁의 바람이 거센 이런 상황 속에서 새 수위단회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조차 우려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 난을 통해 지난 달 역설했듯이 원불교 교단이 이렇게 찾아온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미래의 도약을 준비하려면, 지나치게 거세어지고 있는 정치의 바람이 잦아져야 할 것이다. 모두가 미래 개혁의 방향을 염두에 두더라도 겨우 수습된 수위단원 선거가 무사히 치러져서 진정한 개혁의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숨을 골라야 할 때인 것이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10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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