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위원장
김도훈 위원장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원불교 교단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가 그 고비를 넘기기 위한 마지막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오는 29일 새 수위단원들이 선출되는 순간부터 교단 4대를 향한 재출발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길을 열기로 결정한 기존 수위단원들도 잘못을 반성하면서 이 위기가 위기로서만 끝날 것이 아니라 교단이 재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을 피력한 바 있다.

교단이 두 쪽으로 나누어질 듯한 괴로운 시기를 거치는 동안 교단이 쌓아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거의 낱낱이 드러났다. 

교단 운영 체제가 가지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서 제도운영 상에서 발생해 온 문제, 교단 내부에서 형성되어 온 권위주의 문제, 재가의 교정 참여를 실질화하는 문제, 교단 내부에서 느껴지는 양극화 현상 등등 참으로 많은 교단 구성원들이 참으로 많은 문제들을 제기한 바 있다. 기존 수위단원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한 분들은 물론 기존 수위단원들도 깊이 공감한 말이 바로 개혁과 혁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수위단회도 교단혁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그 위원회의 구성과 추진 방향이야말로 새롭게 선출될 수위단회에서 가장 먼저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될 것이다.

4대 1회 설계 특별위원장으로서 교단 혁신의 방향을 미리 연마해 온 필자로서 개혁과 혁신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개혁과 혁신은 과감하고 선명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이 힘을 얻기 마련이다. 지금 원불교 교단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개혁과 혁신은 어디까지나 세상을 향한 소태산 대종사 정신의 확산과 원불교 교단의 미래 발전이라는 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실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해 온 구성원들이나 교단의 전통을 강조해 온 구성원들 모두 각각 중요성을 두어 온 초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교단 발전이라는 더 큰 목적은 분명히 공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 큰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면서 교단 혁신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지나친 정치화는 지양해야 한다. 시각에서 차이가 날 뿐 교단을 향한 공심에서는 같은 동지가 될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종교가가 가지는 화합의 정신도 분명히 지켜내야 할 것이다. 

둘째,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늘 필요한 것이 절충과 타협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개혁과 혁신 과제들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추진해야 하겠지만, 원불교 교단이 쌓아 온 업적과 토대를 무너뜨릴 정도로 과격해서는 안 된다. 교단이 가진 능력과 한계를 염두에 둔 현실에서 출발하는 개혁이 진정한 혁신의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위기가 고조되던 순간 서로에게 가졌던 불편한 시각은 말끔히 씻어 버려야 할 것이다. 전서 증보판 폐기라는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의 자세도 존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원불교 교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온 큰 선진들까지 비난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대로 원불교 교단이 가진 문제점들도 많지만, 원불교 교단만큼 민주화되어 있고, 심지어는 평신도로서의 재가들의 참여가 열려 있는 교단도 드물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당이나 기업을 다루듯 종교가의 문제를 접근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종교가의 개혁은 역시 화합과 함께 가야 한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8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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