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국운편 19장에서는 “밖으로 공을 두대하고 안으로 사를 도모하는 이는 일체 말이 다 거짓말이 되고 일체 행이 다 거짓 행이 되나니라”라고 했다.

두대(斗戴)하다는 두호(斗護)하고 봉대(奉戴)한다는 뜻이니, 이 법문은 밖으로 공중을 위하는 척 하면서 안으로 사리를 도모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말씀이다. 이런 못된 행위를 다른 말로 ‘빙공영사(憑公營私)’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는 근래 연구를 위해 매천야록(梅泉野錄)이라는 책을 읽었다. 매천 황현(黃玹)이 지은 역사서인데, 구한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는 격동의 시기를 살면서 보고 듣고 확인한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조선이 서구열강과 일본, 청나라 사이에서 국권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 가운데 벼슬을 돈 주고 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의 횡행이나 또는 관료들이 국가 일을 핑계로 차관을 빌리거나 물건을 매각하면서 중간에 사리를 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부패가 심화하고 노골화하면서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이토 히로부미와 같은 침략자들의 돈에 매수되어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는 경술국치로 이어지게 된다. 일제의 침략으로만 조선이 망한 것이 아니라, 조선 내에 횡행하던 부정부패와 관료들의 빙공영사가 조선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으니, 빙공영사는 단체나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한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대산종사는 공사(公私)의 표준에 있어 자신의 삶이 빙공영사로 본의를 잃은 생활인지, 선공후사(先公後私)로 대의를 잡은 생활인지, 지공무사(至公無私)로 순전히 공을 위한 생활인지 나날이 살피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법문에 대해 필자의 추천교무는 지공무사를 삶의 표준으로 삼아 살되, 부득이한 경우 선공후사를 행할지언정 절대 빙공영사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었다. 

당시에는 단지 공심을 잘 가지라는 당부라고만 생각했는데, 뒤에 다시 생각해보니 빙공영사는 철저하게 나 자신의 욕심에만 빠진 삶, 곧 무아(無我)와 공(空)이라고 하는 대종사의 대각과 가르침에 완전히 위배되는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 곧 대종사 문하에 살면서 빙공영사하는 사람은 거짓말과 거짓 행동만 반복하는 죄업을 짓는 삶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지공무사라는 삶의 표준이 느슨해지면 누구라도 빙공영사의 늪에 빠지기 쉽다. 빙공영사로 흐르는 삶은 나 자신을 망치고 교단을 망치는 병폐가 되며, 나아가 나라와 세상을 망치게 될 것이다. 창생을 구제할 대종사의 교법과 회상을 만나서 오히려 회상과 세상을 망치는 죄업을 짓고 산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가! 빙공영사는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10월 0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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