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6년을 마감하는 총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회의 주제와 주된 관심사는 무엇이 돼야 할까. 이런저런 사안들이 있겠지만 단연코 교단3대 평가와 교단4대 설계가 중심이 돼야 한다. 

현재 교단은 원기108년까지인 3대를 마감하고 4대를 힘차게 열어가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있다. 소위 ‘새전서 사태’로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낸 교단으로선 아마도 이를 위한 준비 작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듯하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누적된 교단 발전의 욕구들이 분출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차서 있게 교단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구상한 교단의 조직은 매우 체계적이고 그 운영은 계획적이었다. 특히 12년을 한 ‘회’로, 3회 36년을 한 ‘대’로 정해서 교단의 성장을 도모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단의 역사도 이 시간적 단위로 기술되고 교단적 평가도 이 틀로 이뤄졌다. 우리가 읽고 있는 교사가 그 증거인데 아쉽게도 원기56년 즈음에서 기술이 멈췄다. 공식적인 역사 기술이 늦어지는 것보다 아쉬운 것은 교단적 평가 작업의 부재다. 

교단이 급성장하면서 그에 대응하기 바빴던 탓인지 시기별 평가 작업은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모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교정원과 총부는 물론이고 각 교구와 교당과 기관들 역시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작업을 제대로 해왔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과연 교단 구성원들이 교단3대 설계도에 담긴 내용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거의 3년 단위로 바뀐 교정원에서는 그 평가를 제대로 실행하고 그 결과를 교단적으로 제대로 공유해왔는지 의문스럽다.

현재 3대 평가는 교정원 기획실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인력의 한계가 명확하고 위원장조차 불가피한 연고로 인해 공석이다. 쉽게 말해서 3대 평가는 표류 중이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는 김도훈 위원장이 이끌고 있고 정책연구소가 지원을 맡고 있는데 아직 준비 단계에 머물고 있다. 

평가와 계획 주체의 분리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평가 없는 계획을 하게 됐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예컨대, 대산 30여 년, 좌산 12년, 경산 12년 그리고 전산종법사 3년간의 교단 운영에 대한 평가와 역사적 평가까지도 시도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는 것은 인과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교단이 희망찬 미래를 꿈꾼다면 최소 2년 정도는 과거와 현재를 ‘정견’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진단 없는 처방이 그렇듯이 평가 없는 계획은 무책임하고 무의미하다. 과거와 단절된 미래도 그러하다. 지금은 오히려 먼지 쌓인 3대 설계안을 정독하며 대조공부를 철저히 할 때이고, 무엇을 무념했는지조차 모르는 부끄러움을 마주할 때다.

[2021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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