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교도/화정교당
김도훈 교도/화정교당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수위단원들이 다시 선출돼 수위단회가 가동되면서 교단이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그렇지만 교단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수위단회에 ‘교단혁신특별위원회’가 설치됐으니 숙제들을 풀어나가는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교단 개혁의 초점은 역시 ‘지도체계의 개편’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 크다. 이 과제가 향후 모든 교단 운영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은 큰 과제가 바로 ‘재가의 교정 참여’일 것이다.

기실 전서 폐기 사태가 촉발돼 ‘교단 구성원’들의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오랜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사태 발발 이후 한동안 모든 ‘교단 구성원’들의 범주는 전무출신에 한정됐다. 교단 운영의 핵심과제가 된 문제에 대해서 재가교도에게는 정보가 차단됐고, 어떤 의견도 개진할 창구가 마련되지 않았다. 수위단회의 결정으로 원포털을 열면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됐지만 매우 한정된 수준이었다.

‘재가의 교정 참여’는 어느 수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열어야 할까? 교단 개혁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일부에서는 대종사의 회상 창립 당시로 돌아가서 재가출가 교도가 교정, 즉 교단 운영에 같은 수준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재가들이 당시 농경사회에서 낼 수 있었던 시간과 현대사회에서 낼 수 있는 시간 사이에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런 수준의 요구는 무리일 것이다. 또한 우리 교단이 신심, 공심을 갖춘 인재들을 선정해서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전무출신을 양성해 온 근본 취지와도 맞지 않다.

그러나 교단 운영과정에서 현대사회의 특징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재가들의 참여를 점점 더 배제해 온 사실은 교단이 창립의 근본정신과는 반대쪽으로 치달아 온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교단의 창립 정신과 현실사회의 한계라는 두 전제를 어떻게 조화를 이뤄가면서 ‘재가의 교정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교정 참여가 곧바로 교단 행정 즉, 교정원의 행정 과정에 재가들을 동원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실 국가로 치면 교정원은 행정부인데 그 행정부의 정책집행 과정을 어렵게 선출한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것과 같은 이치로 전문적으로 양성한 전무출신에 맡기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재가의 교정 참여’는 근본적으로 막히게 되는 것일까? 다시 국가 운영을 들여다보면 국민의 국정 참여는 국회를 통한 대의 참여로 보장되고, 때로는 신문고, 청와대 청원 등의 형태로 직접적인 의사전달의 길로도 보장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교단에서도 수위단회, 중앙교의회 등의 의결기구들을 통해 재가교도들이 활발하게 교단의 과제들을 논의하고 의안을 제출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이들 의결기구는 ‘의결’이라는 뜻에 지나치게 맞춰져 속된 말로 ‘거수기’ 노릇밖에는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해 왔다. 교단 초기부터 강조해 온 ‘공의로 운영되는 교단’이라는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게 운영돼 온 것이다. 그렇다고 수위단회, 중앙교의회 전체 회의에서 ‘공의’를 이뤄나가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특히 중앙교의회는 2~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수백명이 참석해서 하는 회의이므로 더욱 공의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치 국회에서 깊은 논의를 위해 상임위원회를 두듯이 중앙교의회에도 그런 기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의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재가교도에게 교단 운영의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해 도입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보 공유 통로가 너무 막혀 있다.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2021년 11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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