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 교무
박대성 교무

[원불교신문=박대성 교무] 선을 오래 수행하다 보면 극락이나 천국과 같은 종교적인 초월의 세계가 특정한 공간에 건설돼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마음의 희로애락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네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대종경』변의품 10장)”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고통으로 이뤄져 있다. 적당한 고와 낙으로 마음공부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명상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이 세상에서 맛보는 기쁨이나 고통은 대부분 영원하지 않고 일시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마음속에 극락과 천국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와 낙을 초월한 자리를 극락이라(『대종경』성리품 3장)”고 가르치신 것이다.

몇 년 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신과 함께’는 불교와 죽음 그리고 효라고 하는 전통적인 키워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불교나 원불교인들에게 익숙한 사후 49일간 영혼이 머무르게 되는 중음이라는 개념은 영화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명부라고 불리는 곳에서 49일 동안 7명의 대왕을 만나 7번의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이때의 판결 내용에 따라 육도로 윤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 극락과 지옥에 관한 불교적 입장이다. 사실 이러한 사상은 불교와 힌두교, 도교 그리고 무속 등 민간신앙이 뒤섞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김자홍은 이생에서 큰 불효를 저지를 뻔했다는 죄스러움으로 집을 뛰쳐나오게 된다. 이후 소방관이 돼 희생적인 삶을 살다 사고로 죽은 그는 저승에서 ‘귀인(貴人)’으로 판결을 받는다. 이후 저승 삼차사로 불리는 일종의 ‘변호사’들과 함께 지옥세계를 넘나들며 저승 대왕들의 판결을 순차적으로 받게 된다. 매번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지만 전생에 쌓은 선업(善業)과 삼차사의 노력으로 어렵사리 넘기게 된다.

그러나 지극히 선량했던 김자홍이지만 살아생전 풀지 못한 어머니를 향한 죄책감과 집착의 업력은 그의 발목을 지옥 문턱까지 끌어당긴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자홍의 동생 수홍, 관심병사, 소대장, 저승 삼차사) 모두가 인연에서 오는 강한 집착과 탐착으로 가슴 아파하고 괴로움 속에서 지옥 생활을 하는 바로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 ‘신과 함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하며 생생하게 작용하는 이승과 저승, 극락과 지옥, 육도의 세계가 그대로 내 마음속에서 건설돼 있음을 알리는 한 편의 심리극이다. 그리고 결론은 “이승에서 이미 진심으로 용서받은 내용은 저승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염라대왕의 명대사로 정리할 수 있다. 살아서 수용하지 못할 극락과 천국이라면 죽어서 가게 될 극락과 천국 역시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원불교대학원대학교

[2021년 11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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