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법 교무
김지법 교무

[원불교신문=김지법 교무] 원기106년 11월 6일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전산종법사는 “대중의 마음과 진리의 뜻”을 강조하며, “교단 재정립과 대혁신”을 제시했다. 그 방안으로 교단 운영은 “교법정신과 경륜”에 따름을 천명했다.(참조 : “향후 3년, 교단의 대혁신 이뤄야”, 원불교신문 2050호, 2021.11.11) 또한 교단 제3대 제3회 제3기 설계평가보고와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활동보고에서도 교단의 과거 성찰과 미래 전망을 강조했다. 출재가 공통의 최대 관심은 “교단 제3대 결산과 제4대 설계”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교단의 대혁신’이다.

시대적 과제
‘교단 대혁신’의 목적은 교화이다. 교화는 대종사의 정신과 심법의 확산이다. ‘결산’과 ‘설계’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교단 제3대 결산은 교화의 목적에 따른 제3대 설계에 대한 실행 평가와 제3대 동안의 교화 활동에 대한 성과 평가로 나뉜다. 실행 평가는 계획에 대한 실행 여부와 그 성과를 분석하는 것이고, 성과 평가는 교화에 대한 성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서 교화는 넓은 의미로, 교화·교육·복지·산업·문화 등 모든 분야의 교단 활동을 포괄해 대종사의 교법 정신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방향의 결산은 ‘교단 대혁신’의 기초적 토대가 된다.

혁신은 말 그대로 바꾸는 일이다. 왜 바꾸는가. 더 나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길의 끝에는 대종사의 서원이 있으며 그 길을 걸어가는 마음은 대종사의 정신과 심법이 있다. 더 바르고 빠른 길을 찾는 것은 사회의 변화에 따른 지형의 변화에 따르는 것이다. 길을 걷는 목적과 태도는 언제나 대종사의 교법에 있으므로, 혁신은 언제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다. 또한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은 내적 성찰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대한 통찰에 좌우된다. 앞으로 나가는 길은 지금까지의 결과가 아닌 미래에 대한 비전에 더욱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대적 과제로서의 ‘교단 대혁신’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성찰, 즉 ‘결산’과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통찰, 즉 ‘설계’와 함께 가는 것이다.

설계와 결산의 관계
설계와 결산은 상호 영향을 준다. 설계·실행·평가의 피드백 시스템은 발전의 근간이다.(참조 : “교단 제3대 제3회 제3기 평가의 명암”, 원불교신문 2049호, 2021.11.04) 이러한 순환에 근거해 결산을 설계의 선결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결산은 설계의 전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설계와 결산은 근본적으로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장사를 할 때, 잘 팔리면 그대로 하면 되고, 잘 팔리지 않으면 그 원인을 분석해 바꾸면 된다. 그런데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과거 성냥을 쓰던 시절, 성냥 제조와 판매가 업계 1위라고 하자. 시대가 바뀌어 라이터를 쓰는 시기에 들어서면, 성냥 공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효율적 조직 운영보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큰 요인이라는 점이다. 결산은 효율적 운영을 했는가에 대한 평가와 성과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이고, 설계는 사회 변화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휴대전화 시장의 노키아와 애플의 관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애플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생각의 ‘혁신’을 통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결산은 설계보다 덜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동일한 패러다임에서 승부를 가린다면 당연히 효율적 조직 운영을 할 때 승리할 것이다.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서 동일한 물건을 판다면 끊임없이 결산해 성찰하는 사람이 더 많은 물건을 파는 것은 마땅한 이치이다. 이와 같이 결산은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여 더욱 큰 성과를 내는 토대가 된다. 물론 과거의 성과보다 미래의 비전이 우리의 길을 결정할 것이다. 과거에 매몰되면 노키아의 길을 걷게 될 것이고, 미래로 향하면 애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혁신의 길
교단 혁신의 목적은 교화이다. 대종사의 정신과 심법이 온 세상에 두루 퍼지게 하는 것이다. 교단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교단 혁신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교단 제3대 설계부터 결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목하는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교법 연구이다. 교법은 대종사의 정신과 심법이 녹아들어 있는 결정체이다. 이를 사상과 철학으로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교법에 대한 연구는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 연구가 멈추는 순간, 교법의 퇴보는 시작된다. 

둘째, 제도 혁신이다. 교단 설계의 시초부터 제도 혁신을 바라는 마음은 엄청났다. 제도는 다양한 구성원의 생각과 가치를 담는 그릇이다. 개인의 힘을 넘어선 조직의 역량은 팀플레이를 통해 극대화된다. 시너지가 나는 조직을 위해서는 조직 전체와 구성원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제도가 필요하다. 시스템은 어떤 사람이 행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제도는 혁신되어야 한다. 

셋째, 리더십 강화이다. 교법 연구와 제도 혁신의 주체는 사람이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조직은 하나가 된다. 대종사의 서원에 의해 이뤄진 교단은 구성원 각각의 마음에 대종사의 서원이 담기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점에 스승의 밝은 지혜가 있으며,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자비가 있다. 교화의 핵심은 바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깨달음이 아닐까.

길을 걸어가는 사람
교화를 위한 교단, 교화를 위한 혁신, 이러한 교화는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을 떠난 교화도, 혁신도, 교단도 없다.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길, 그것이 교화·교단·혁신의 이정표이다.(참조 : “원불교 백년의 이정표, 교단 변화에 대한 열망”, 원불교신문 2045호, 2021.09.30) 이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 가지 키워드로 보면 소통·신뢰·공감이다. 

첫째, 소통은 일방이 아니라 양방으로 통하는 것이다. 만약 소통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호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볼 때 비로소 통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신뢰 역시 일방이 아니라 양방의 문제이다. 만약 서로 믿을 수 없다면, 서로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만, 더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먼저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믿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믿으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설령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더라도, 먼저 다른 사람을 버리지는 않는다는 인간적 신뢰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것, 이것은 공감이다. 공감도 일방이 아닌 양방의 문제이다. 함께 걸어가는 길은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고 소통할 때 분명해진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이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고 함께 느껴야 한다.

대종사의 서원에 따라 교화를 목적으로 뭉친 우리 교단의 길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또 어떤 길을 향해 나아갈까. 이 길을 걷는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은 지금부터 모두가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교단 제3대 결산과 제4대 설계를 이뤄나가는 지금, 모두가 오직 하나일 때, 그 길이 나타날 것이다.

/3대결산총회준비위원회

[2021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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