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코로나 검사를 한 지 3일이 지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해 검사기관에 전화를 하니 이름과 생년월일의 정보가 없다고 전화를 끊는다. 시계를 보니 체크인 마감 시간이 1시간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문득 경계를 당해 온전한 정신을 잃어버렸음이 알아진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하마터면 바른 취사를 하지 못할 뻔했다. 잠시 멈춰 호흡을 하며 청정하고 고요한 일원상이 온전히 드러날 때까지 정신을 가다듬었다.

『정전』 각 편의 첫 장은 그 장의 제일 강령을 잡아준다. 수행편 1장은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원불교 수행의 전체 강령을 잡아준다. 원불교 수행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수행이 일원상의 수행이라는 것이다. 일원상의 수행은 신앙을 포함한다. 일원상의 수행장 첫 구절에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동시에 수행의 표본을 삼아서’라고 하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원불교 수행은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 큰 특징은 원불교의 수행은 일원상의 수행이 일상이라는 것이다. 수행하는 때가 따로 있지 않다. 수행은 일상에서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일상이 늘 수행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당하는 경계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역경, 순경, 역경도 순경도 아닌 경계가 그것이다. 역경을 당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요란함과 어리석음, 그름이 크기에, ‘경계구나!’하고 알아차리기 쉬울 뿐이지, 사실 우리가 육근으로 만나는 매 순간의 세계가 모두 경계이다.

훈련법에 정기와 상시가 나누어져 있지만 공부인이 정기로 법의 훈련을 받는 정기와 상시로 수행을 훈련시키는 상시라는 때가 있는 것이지, 정기와 상시도 결국은 숨 쉬고 밥 먹고 말하고 움직이는 일상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수행편의 첫 장이 ‘일상수행’의 요법이다.

일상수행의 요법의 강령은 사은사요 삼학팔조이다. 1,2,3조는 삼학, 4조는 팔조, 5조는 사은, 6,7,8,9조는 사요이다. 다시 말해 원불교 수행은 교의편에 나온 사은사요 삼학팔조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원불교 수행을 이야기할 때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떼어놓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 간혹 원불교 수행을 이야기할 때 훈련법을 이야기하며 정기훈련 혹은 상시훈련만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일원상과 일상수행의 요법을 전제해야 한다. 원불교의 수행이 정기훈련에 임해 11과목을 수행하면서도, 상시기간을 당해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실천하면서도, 언제나 일원의 진리, 신앙, 수행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사은사요 삼학팔조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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