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위원장 /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김도훈 위원장 /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

[원불교신문=김도훈 위원장] 일사불란. 이 말처럼 고금의 지도자들이 즐겨 사용해 온 말이 있을까 싶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지도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질서 정연하게 국가를 위해 단체를 위해 회사를 위해 함께 일하는 세상이야말로 이상향이 아닐 수 없다. 공자가 꿈에서도 바라던 사회가 바로 이런 사회, 즉 대동(大同)의 사회다. 그렇지만 이런 대동의 사회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공자 재세 시에도 밝혀졌고, 그 이후로도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이 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뿐이랴. 점점 세상이 더 복잡해지면서 대동은커녕 오히려 분열과 갈등만 심화되어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 사회의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 각각이 가진 생각이 다르고 제각각 처한 상황과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아직도 일사불란이란 말을 쓰기를 좋아한다. 마치 모든 사람들 사이의 견해차가 없어질 수 있는 것처럼. 그런 태도 뒤에는 종종 ‘나의 생각이 옳으니 모두들 내 생각을 따르는 것이 사회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라는 독단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옛날 전제적인 제왕이나 독재자들은 힘으로 자신의 뜻과 다른 견해를 억누르려 했고, 아직도 세상에는 국민의 생각이 일사불란하게 모여질 수 있다고 믿는 나라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는 결국 큰 분열과 갈등을 낳고 그것들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사회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일사불란과는 반대편에서 출발해서 사람들의 견해차를 부추기며 편을 만들고 편을 가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사적으로 큰 혼란을 일으킨 당파싸움이나 종교싸움에는 항상 이렇게 편가르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뒤에 숨어 있었다. 때로는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이런 사람들은 결국은 독재자들과 비슷한 의식구조를 가지고 있는 수가 많다. 오직 우리 편만이 사회를 위한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고, 저쪽 편은 사회를 망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만이 옳다’라는 자세인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처럼 이런 분열과 갈등이 심해진 사회가 있을까 싶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정치인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는 것조차 싫고 그가 하는 말은 하나도 듣고 싶지 않다. 진보와 보수, 전통과 개혁, 심지어는 지역으로도 나눠져서 상대방을 혐오하고 헐뜯고 있으니 말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지도자가 되려는 정치인들이 그런 분열과 갈등을 더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지지자를 모으는 데만 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분열과 갈등은 심화돼 가기만 한다.

원불교도 한때 그런 위기를 맞았다. 전서 폐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촉발한 교단의 분열과 갈등은 교단을 와해시킬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그런 큰 위기에 처한 원불교 교단의 지도자들이나 구성원들의 태도는 달랐다. 비록 자신들의 주장은 전례 없이 강하게 내놓았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고 서로 타협의 접점을 찾아내려 애씀으로써 다시 정상적인 교단 운영체계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지금 회복시킨 이 교단 운영체계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기에 안심할 수만은 없다. ‘혁신’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른 지금이야말로, 교단 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많은 견해차가 있음을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내 생각만이 옳다.’라는 독단적인 생각은 버리고, ‘왜 다른 구성원들은 저렇게 다른 생각을 할까?’라는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려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교단 구성원들 대부분은 그런 태도를 가진 것 같다.

[2021년 12월 0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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