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원기106년, 2021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아직 팬데믹이 끝나지 않았고 세계는 정체돼있는 듯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나라 문화시장은 그 어느 때 보다 활발히 움직였으며 세계를 뒤흔드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다. 

케이팝으로 세계 대중음악계를 평정한 BTS가 빌보드 차트에 입성했을 때의 놀라움은 지금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됐다.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가 BTS의 또 다른 신곡으로 원래 1위를 밀어내고 다시 1위가 됐으며, AMA(아메리칸 뮤직어워드)에서 올해의 가수상을 비롯해 3개의 상을 휩쓸었다. 2년 만에 열린 BTS의 LA 콘서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몰렸고 콘서트가 끝난 이후에도 그곳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기생충으로 상을 받았을 때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세계 최대의 OTT인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은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세계인의 콘텐츠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먼저 세계인의 이목을 끈 드라마 ‘킹덤’에서 조선시대 신분에 따라 쓰는 각종 모자들이 한국의 멋진 모자쇼라는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끈 이후로 기생충의 짜파구리, 오징어게임의 달고나, 구슬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다. 이에 뉴욕타임즈, 영국의 BBC 등은 ‘한국의 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홀렸나’를 주제로 기획 기사를 내고 있으며 외국 대학에서도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Imagine your Korea’에서는 이날치밴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만든 우리나라의 지역 홍보 영상을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해 만들었고 이 영상들은 대부분 48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한국 관광공사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해 한국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아리랑, 뱃놀이, 강강술래 등을 힙합과 콜라보해 새로운 느낌의 음악을 만들고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이 잘 보이는 소재로 영상을 제작해 다시 한번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한글의 위상을 높였다.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와 BTS가 콜라보레이션한 노래 ‘My Universe’에는 한글가사가 들어 있어 전 세계인이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다. 또한 세계인들이 한글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세계 여러 곳에 분포돼있는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밀려드는 학생들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고, 독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의무과목이 됐다.

한국 문화가 이렇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물론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의 역량이 큰 것도 있지만 국민들의 높은 문화수준도 한몫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유명한 배우, 가수의 작품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부실하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재미와 감동, 스토리의 탄탄함, 영상미와 배경음악, 주제의식 등 모든 것이 잘 갖춰진 콘텐츠에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어떠한 요소가 부족하면 냉정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더욱 완벽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강북교당

[2021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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