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진 교도
허경진 교도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작년에 ‘범 내려온다’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람이 즐겨 부르더니 드디어 범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다들 한두 가지씩의 계획을 세우며 끝까지 해내 목표를 이루는 상상으로 즐거워한다. 그러다 그것이 몇일 못 가고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있겠냐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운동, 독서, 악기, 그림 등 자신이 잘하고 싶은 영역을 꾸준히 오래 하여 원하는 성취를 얻는 것은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일이다. 나의 직장동료 한 명은 작년에 바디프로필에 도전했다. 자신의 마지막 20대를 남기고 싶다는 계획으로 꾸준히 필라테스와 헬스트레이닝을 병행하고 식단을 조절해 평범한 직장인이 가지기 힘든 복근과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군것질을 참기가 어려운데 그것을 꾹 참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6개월을 노력하더니 목표를 이룬 것이다.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여줄 때 그 뿌듯한 표정에 나는 대단하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친구는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SNS에 매일 연습과정을 올렸다고 한다. 그렇게 모두에게 자신의 목표를 공유해 일종의 약속을 지키는 것처럼 하니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 우리나라에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한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00daysofpractice란 해시태그로 100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는 영상을 올려 많은 바이올린 팬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힐러리한은 완벽한 연주로 엄청난 티켓파워를 보유한 연주자이다. 이 프로젝트로 그의 완벽한 연주 뒤에는 기본에 충실한 꾸준한 연습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며 많은 팬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됐다.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책을 쓴 이슬아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일간 이슬아라고 해 매일 독자에게 글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는 매일 글을 쓰고 독자는 매일 새로운 글을 읽어보는 것이다. 월 구독료 만원을 내면 매일 한 편의 수필이 도착한다. 한 달에 한 번 글 쓰는 것도 힘든 나는 매일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너무나 잘 안다.

처음에는 일간 이슬아에 대해 어리둥절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꾸준히 그 일을 했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며 유명세도 생겨 글쓰기와 관련된 강연, 교육 등 많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꾸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도 작년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창작과 비평』 잡지를 읽으며 챕터별로 읽은 소감을 남기는 클럽창비 활동을 4기째 하고 있다. 분기별로 책을 받고 정해진 기한 안에 읽고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다. 시, 소설, 대담, 비평 등 다양한 글을 읽으며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비교해보면서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이 조금은 넓어질 수 있었다.

종법사가 내려준 신년 법문을 읽어본다. 대종사의 일원대도 정산종사의 삼동윤리, 대산종사의 십대교훈을 표준해 일원대도 법륜을 힘차게 굴리자고 했다. 원불교의 개교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로 원불교의 기본 정신에 충실해 꾸준히 마음공부에 힘쓰라는 올해도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을 해줬다. 기본에 충실하고 꾸준함을 미덕으로 삼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강북교당

[2022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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