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오 교무
강신오 교무

[원불교신문=강신오 교무] 출고반면(出告反面). 나갈 때 나간다고 고하고, 들어와서는 얼굴을 비춘다는 뜻이다. 한 선배 교무의 아버지는 나갈 때면 늘 할아버지에게 어디 다녀온다고 고하고 나가고, 들어오면 모두가 잠든 시간일지라도 할아버지 방 앞에 가서 다녀왔다고 인사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자는 시간에까지 저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은 원불교의 출고반면을 배우고 나서이다.

출고반면은 『예전』 통례편의 ‘평거시의 주의’ 9개 중 7번째에 나온다. ‘직접 자신을 감독하는 어른에게는 반드시 출고반면의 예를 분명히 할 것이며, 비록 수하 사람에게라도 측근자에게는 그 출입과 처소를 알릴 것이요.’

속해있는 커뮤니티의 어른이나 함께 사는 이에게 어디를 나갈 때 나간다고 고하고, 들어와서 얼굴을 비춰 인사하는 사람이 세상을 함부로 살 수 있겠는가.

원불교인들은 교당과 집안에 일원상을 봉안하고 출고반면을 한다. 집과 교당을 나설 때 일원상을 향해 두 손을 가지런히 하며 마음 모아 인사하고, 돌아와서는 다시 나설 때와 같이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한다. 문을 나서기 전, 육근문을 열어 사용하기 전, 오늘도 일원상을 여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하며 나서고, 돌아와서는 오늘 하루 일원상을 여의지 않고 사은에 보은하며 살았는지 반성하고 다시 한 마음 챙겨 일원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출고반면이 집안과 교당 출입 때뿐이겠는가. 눈을 감았다 뜨는 그 순간에도 일원상을 마음에 드러내고 눈을 떴을 때와 감았을 때를 한결같이 사용하리라 하면 그것이 출고이고, 눈을 떴다가 감은 순간에 내가 일원상을 여의지 않고 눈을 사용했는지 살피면 그것이 반면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원기105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원기106년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었는지, 그렇게 시작한 올 한 해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되돌아본다. 다이어리의 1월에는 하루에 교전 연마하는 시간 30분 이상 갖기, 매일 운동 1시간 하기, 매일 영어공부 1시간 하기 등과 같은 나의 개인적 욕망을 이루기 위한 유념조항들이 보인다. 개교의 동기를 위한 조항들은 보이지 않음에 부끄러운 마음이 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으나 최령한 인간이 달과 해를 구분 짓는 까닭은 인생에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 일원상을 향한 매일의 출고반면이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고, 한 해 한 해가 쌓여 한 생이 되고, 한 생 한 생이 쌓여 영생이 된다.

새해를 준비하며 일원상에 출고반면을 더 자주 하리라 다짐해본다. 매일 아침 일원상을 표준해 신앙하고, 일원상을 내 육근 동작에 사용해 보은하고 일상 수행하리라 다짐해본다. 중생인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 될 수 있는 이 법을 만나지 않았는가.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2021년 1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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