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 공부

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계문 중 이성과 관련한 것은 보통급의 ‘간음을 말며’, 법마상전급의 ‘두 아내를 거느리지 말며’ 두 가지이다. 언뜻 보통급의 ‘간음을 말며’는 이해가 가지만, 법마상전급에 두 아내 계문이 나오는 것은 일견 수준이 안 맞아 보인다.

이 계문의 유래에 대해, 과거 우리나라에서 부유한 남성이 첩을 두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계문이 일부일처제가 확실히 자리 잡은 현대에도 필요하고, 여성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아내 또는 남편이 있는 처지로서이성을 나의 영향력 안에 두면서 그의 호감을 이용해 자기의 감정적 만족을 얻지 말라는 것이다.

법마상전급은 진리 이해와 수행이 깊어진 단계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법마상전급 수행자의 면모에 매력을 느끼고 따를 것이며, 어떤 이들은 그의 말에 영향을 받거나, 스승으로 모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성 간에는 서로 좋아하게 되거나 의지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법마상전급 입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두 아내를 거느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한 것이라며, 유혹인 줄도 모르고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종교인이나 신도들 사이에 이성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설마라고 하기에는 사회에 드러나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 그때 단호하게 무엇이 정도인지 구분할 수 있는가가 항마위와 법마상전급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항마위는 확실히 법이 백전백승을 얻겠지만, 법마상전급은 50% 미만의 확률로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한다. 어떻게 유혹에 넘어갈까. 사람들이 얘기하는 ‘내로남불’, 무엇인지 알면서도 마치 나만 특별한 경우인 것처럼, 내 심리에 대해 스리슬쩍 눈감고 덮는 데에서 시작된다. 그 심리의 본질은 중생 전체를 위하는 사 없는 마음이 아니라, 나만 더 사랑받고 싶고 나의 영향을 높이려는 아만심일 것 같다. 공부가 수승할 때 더욱 유혹이 들어오기 쉬우니, 더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조심해야 할 때이다.

이 계문을 받들고 나를 돌아봤다. 내가 아만심으로 다른 이성에게 찬사를 듣고, 그를 나의 영향력 안에 두려던 때가 있었는가? 생각만 해도 손사래가 쳐지는 낯뜨거운 일이다. 이 세상을 엷은 얼음을 밟듯 조심해 살아가라 하고, 경외심을 놓지 말라 한 법문을 생각하면 두려운 일이다. 이 계문이 공부가 깊은 법마상전급에게 조심하라 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한 남편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때로 남편이 너무 미울 때도 있었지만, 이 생에서는 남편이 내게 최고로 중요한 사람이다. 나에게 남편과 사랑으로 선연을 맺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음을 느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나서 서로를 스승 삼아 살아가는 것으로 한 생이 충분하다. 내게 주어진 길을 정성스럽게 걸을 때 진리가 나를 부처 만들어 줄 것을 확실히 믿으며, 때로 닥치는 어려움도 잘 분별해 가야겠다.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

『정산종사법어』 세전 제3장 가정 2. 부부의 도
부부의 도로 신의는 부부가 서로 그 정조를 존중히 하고 방탕하는 등의 폐단을 없이 하며, 어떠한 과실이라도 관용하고 끝까지 고락을 함께 하라고 했다.

/김천교당

[2022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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