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 공부

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스님들은 고기를 못 먹는데, 원불교에서는 먹어도 되나요?” 원불교에 대해 종종 묻는 질문이다. 계문 상으로만 보면 보통급, 특신급은 어떤 고기나 먹어도 되고, 법마상전급도 치킨 정도는 먹어도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원불교는 음식에 대해 걸림 없이 유연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계문은 수행자를 위한 단계별 방편 법문일 뿐, 사실 넓게는 보통급 계문 1조 ‘연고없이 살생을 말며’에서 이미 육식을 자제하라는 큰 방향이 들어있을 것이다.
마트 진열장에 가득한 신선한 고기. 가족의 건강을 위해 주부는 장 보러 갈 때마다 꼭 육류코너에 들른다. 소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할인해서 등심 100그램당 8,000원 이하일 때나 한두 팩 살까 말까 한다(우리 동네에 그런 마트가 있다). 반면 돼지 목살, 삼겹살은 부담 없이 주말마다 사는 아이템이다. 아니면 닭고기, 오리고기…. 여하튼 식탁 메인 음식으로 고기가 빠지면 뭔가 허전하다.

사실 나 같은 알뜰주부에게도 부담 없는 가격에 고기가 제공될 수 있는 것은 대량생산 시스템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소, 돼지, 닭들이 공장형 사육장에서 ‘단지 인간에게 먹이가 되려는 목적으로’ 태어나고, 작은 우리에 갇혀서 항생제를 맞으며 자라고 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에 수십만 마리가 매일 도살되어 갈기갈기 찢겨서 작은 팩에 포장되어 ‘신선한 고기’라는 이름으로 깨끗하고 반짝이는 진열대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현대의 육식 시스템이 가져온 문제를 그간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다. 생명의 존엄함을 해칠 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 지구환경에의 악영향도 심각하고, 식량배분의 문제도 있다. 즉 농산물을 사람이 직접 먹는 게 아니라 그 땅에 사료를 재배하고 그 사료로 고기를 먹여서 인간이 먹으니, 결국 식량이 모자라 기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잘 담겨있는 책이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이다.

가족과 둘러앉아 먹는 노릇노릇 구워진 목살, 엄마의 정성이 담긴 불고기 반찬에 이런 끔찍하고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모순덩어리인 이 현실은 어쩌면 냉정한 인과의 결과요, 이 세상이 펼쳐진 진리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직시하고도 고기를 완전히 끊기가 어렵다. 회사 점심시간에는 고기반찬, 저녁 회식 때는 고기를 구울 것이며, 당장 주부로서 나는 오늘 장을 볼 때 한 팩의 고기를 살 것이다.

그러나 수행자로서 생명의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지글지글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집어들 때 향긋한 냄새와 식감에 속지만 말고, 엄연히 한 생명이 자신의 일생을 바쳐온 결과임을 무겁고 조심스럽게 알아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 원불교에서는 음식에 죄책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을 감사하게 먹고 원기를 얻어 보은하리라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연고가 있을 때만 경외심으로 먹으며, 그만큼 세상에 은혜를 갚으리라 다짐해 본다.


◆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

『정전』 교의편 사은 - 제3절 동포은
금수초목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동포이니, 연고 없이는 꺾고 살생하지 말라고 했다.

/김천교당

[2022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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