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은 교무
임진은 교무

[원불교신문=임진은 교무] 자아란 내가 세상에 반응하며 그 속에서 행동하고 적응하는 부분을 말한다. 우리가 보통 ‘나’ 또는 ‘자신’이라고 지각하는 측면이 바로 자아인데, 그 역할 중에는 강력한 본능적 욕구, 현실, 윤리적인 속박 사이를 중재하고, 이들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있다. 만약 자아가 의식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위기에 처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고나 행동 방식을 취하게 되는데, 이것을 ‘자아방어기제’라고 한다. 불안으로부터 나, 즉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비상 전략인 셈이다. 

자아방어기제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억압’은 고통스럽거나 위협적인 경험, 생각, 감정 등을 의식으로부터 분리하여 무의식 속에 억눌러 버리는 것이다. 결국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둘째, ‘퇴행’은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이나 곤경에 처했을 때 이전의 발달 단계로 후퇴하는 것이다. 동생을 본 아이가 갑자기 아기처럼 행동하거나, 성장과 변화의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몸이 아픈 것으로 반응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 ‘치환’은 자신의 감정을 대상에게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대상에게 발산하는 것이다. 직장상사로부터 추궁을 받은 가장이 집에 와서 아내나 자녀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그 예다. 이외에도 동일시, 부인, 반동형성, 주지화, 합리화, 도덕화, 승화 등이 있는데, 개인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내면의 성숙 수준과 불안 정도에 따라 다르다. 

자아에 대한 방어는 인간의 정상적인 반응으로, 불안을 극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처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방어기제에는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칫 현실을 피하는 삶의 방식으로 굳어지기 쉽다. 또한 모든 스트레스에 대해서 특정 방어만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그 방향으로 경직된 성격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삶의 도전에 지속적으로 ‘퇴행’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은 다분히 유아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사람일수록 현실을 회피하거나 왜곡하는 대신 좀 더 인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자아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스스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에 성심껏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감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있을 때 내가 주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먼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현실이 때로 불편할지라도 방어에 너무 의지하지 않으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원광대학교

[2022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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