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근심과 두려움에 싸여있는데 ‘두려움을 모르는 도시(fearless cities)’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있다. 시민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하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관광수입 의존이 높은 암스테르담에서 에어비앤비 영업일수를 자체적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학교 급식에서 제외하는 조례를 만든 도시도 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한 바르셀로나는 시민들이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2020년 1월 15일)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액션 플랜을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약 195만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람들이 먼저 ▷집에서 시작 ▷공동 공간 변환 ▷기후경제 ▷함께 구축 5가지 행동영역과 242가지 실천 조치를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아다 콜라우(Ada Colau) 바르셀로나 시장도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 집에 불이 났다. 시간은 지났고 지름길은 없다”며 시 청사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함께했다. 

불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같이 뛰어들어 불을 끄고 생명을 구조하겠다는 ‘겁 없는’ 시민들은 무엇을 시작했을까. 

이들은 개념 소비, 착한 소비로 유혹하는 광고의 덫에서 벗어나 자신의 물건을 수리 및 복원하는 서비스 이용, 재사용 가능한 식기 대출 서비스, 포장 및 운송 폐기물 없애는 제품 요구, 가공식품 대신 지역에서 생산된 생태 제품으로 건강한 저탄소 음식섭취, 건물 재건축 보다는 개조 및 보수로 에너지 효율 개선하고 오래 이용하기,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에너지 공급을 우선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에너지 소비 줄이기, 슈퍼블록을 지정해 응급차나 쓰레기 수거차 등 공공서비스 차량, 자전거 등만 이용할 수 있게 해서 차량 통행량 줄이기 등 ‘불편해서 좋은’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나부터, 집에서, 불편을 감수하는 생활을 시작하면 도시 공동의 공간을 바꾸는 더 큰 불편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항공기의 단거리 노선을 폐지하고, 도심 자동차 제한속도 시속 30km로 강화, 에너지와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 도시 에너지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반영한 도시계획 규정 입법, 지하수 사용과 빗물 사용을 촉진하는 물절약 조례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청년층은 “아이 낳기가 두렵다”고 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깊어가고, “과소비가 지구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70%를 넘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편리함이라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버려도 버려도 줄지 않는 물건의 산’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다. 

친환경, 재활용, 생분해라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속아 지구를 위한 개념소비라는 위안과 ‘편리’를 사는 대신 ‘피할 수 없는 쓰레기더미’를 쌓아가고 있다.

눈뜨며 잠들 때까지, 아니 잠자는 동안에도 꺼지지 않는 전기제품들의 전원 불빛에 무뎌진 전기 중독사회는 집 안팎의 모든 물건을 전기로 충전하기 바쁘다. 수많은 온실가스와 전자파를 만드는 전기제품의 ‘편리’는 아파하는 지구의 울음을 외면하는 마음 불편을 무디게 한다. 

이제, 우리도 ‘불편해도 좋은 삶’을 시작해보자. 봄맞이 대청소로 집안 구석구석 잠자고 있는 물건들을 깨우고, 새로 나온 편리한 물건들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도록 불편하지만 익숙한, 이야기를 간직한 물건들의 쓰임을 찾아주자. 불편을 디자인하자.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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