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사무처장
조은혜 사무처장

[원불교신문=조은혜 사무처장] 2월의 끝자락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의 공포와 참상에 더해 끔찍한 기억을 소환한다.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트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1986년 4월 사고 이후 여전히 방사능을 뿜어내고 있는 죽음의 땅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러시아군이 무력으로 점령했다는 뉴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 뒤에 원전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제임스 액튼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핵 정책 이사는 “전쟁에 대비해 설계된 원자로는 없다”며 주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격리시설 안에 있는 체르노빌보다 현재 가동 중인 4개의 핵발전소가 직접적인 핵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주장하는 핵발전소가 존재 자체로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쟁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3월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얼룩진 달이다. 비행기로 불과 2시간여 거리에 있는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는 11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로 우리 밥상까지 위협한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 비용으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인 1천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도 ‘수습’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값싼 전기’라고 믿었던 핵발전은 40년 운영수익을 푼돈으로 만들 만큼 막대한 핵폐기물 처리비용을 세금으로 메꾸라고 청구한다. 더구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에 이미 “가장 저렴한 전기 공급원은 태양광”이라고 선언했고, 전 세계 신규 전력생산 증가량의 80% 이상이 재생에너지일 정도로 ‘가격 경쟁력’과 기술혁신에서 밀리고 있다. 

우리가 40여 년 동안 핵으로 만든 전기에 중독되어 쏟아낸 핵폐기물은 인류 최대의 난제로 해법이 없다. 어느 대선후보 공약처럼 ‘핵폐기물 처리장을 허용하는 지역에는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함께 해줘서’만들고자 이미 1986년부터 노력했지만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 

노후 핵발전소를 수명 연장하고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주장도 현실성 없는 허언에 가깝다. 

전력사용량은 평일과 휴일이 다르고 계절과 기후상황에 따라서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수요 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출력을 조정해야 한다. 

지금 운영 중인 핵발전소도 이미 2020년부터 추석연휴 기간 등 특정시기에 임의로 전력생산을 줄이는 ‘감발 운전’ 중이다. 2034년이면 봄철 휴일에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보고되었다. 핵발전소의 ‘감발운전’은 운영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인디언 포인트 2, 3호기 등 모두 7기의 핵발전소가 운영허가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폐쇄됐다고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밝히고 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 정도의 거짓말을 하는데 사회적으로 활동적인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연습할 기회가 많아 더 치밀해진다고 한다. 반면 도덕적인 가치를 크게 여기는 사람, 종교적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거짓말에 능하지 못하다. 핵발전은 안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진심이다.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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