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정전』 타자녀 교육, 과거 교육의 결함조목 4항에 의하면 ‘언론과 통신 기관이 불편한데 따라 교육에 대한 의견교환이 적었음이요’라고 하고 있다. 의견교환이란 자신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에서 의견교환은 정기훈련법 ‘회화’를 비롯하여 최초법어 제가의 요법에 ‘가권이 서로 화목하며 의견 교환하기를 주장할 것이요’가 있고 『대종경』에서는 동하고 정하는데 연구력 얻는 바른 방법의 하나로 ‘스승이나 동지로 더불어 의견 교환하기를 힘쓸 것이요’(수행품 2장)라고 해 사리연구의 주요한 방법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뿐 아니라 한 가정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도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의견교환은 필요하다. 과거에는 언론과 통신기관이 발달하지 않아 의견교환이 어려웠다. 이제는 언론이나 통신기관이 발달되어 언제 어디서나 의사소통할 수 있다. 의사소통을 하는데 수단의 장애물은 어느 정도 해소된 편이다.

문제는 의견교환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의견교환을 하느냐이다. 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감염병이 확산되어 대면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대용의 의사소통 수단을 활용한다. 물론 이런 대용의 매체들도 한계는 있다. 어찌 대면의 의사소통만큼 이뤄질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왜 의견교환을 하는가 그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교육발전에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 의사소통은 가족의 화목과 발전을, 국가사회나 어떤 조직에서도 마침내는 공동체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수행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궁극적으로는 혜두 단련, 연구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구성원 간 교육, 가정, 국가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물며 지혜에도 개인차는 있다. 그런 생각의 다름, 지혜의 개인차에도 불구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 오히려 사고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문제해결에, 연구력 증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생각의 다름은 곧잘 토론과 논쟁으로 진행되기 쉽고 급기야는 다름이 차이로 변하여 의견교환의 본래 의도인 사리연구와는 다르게 왜곡, 변질되어 다툼이 증폭되는 모습도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의견교환의 형태가 일상적인 대화, 회화를 비롯하여 회의, 공청회, 심포지엄 등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교화 문화는 구성원의 눈높이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생각의 깊이와 폭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고 확장과 깊이의 천착을 위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의견교환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임하느냐가 중요하다. 영어의 이해한다(understand)는 말처럼 의견교환할 때는 내가 상대보다 한 계단 내려설 필요가 있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한다는 뜻이다. 서로 눈높이를 조절해야 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의견교환은 어렵다. 그만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설사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서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의견교환에 있어 아이디어의 보편성, 객관도, 신뢰도, 타당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록 자유로운 형식이더라도 사전준비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혜두단련도 사리연마에 얼마나 시간과 노력의 투자를 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듯이 의견교환을 통한 연구력 증진도 마찬가지다.

[2022년 2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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