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마음을 닦는 수행은 예술의 뿌리가 되고, 작품은 열매가 된다.” 코로나19와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도 늘 같은 자리에서 신앙과 수행을 깊은 묵향으로 표현해내는 이가 있다. 40여 년의 긴 세월동안 오롯이 학문, 사상, 신앙을 서화 작품을 통해 담아내는 석연 이승연 서예가(어양교당). 20일, 사단법인 원불교문화예술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승연 서예가를 만났다. 
 

원문예총 사무실 앞에서 이승연 서예가.
원문예총 사무실 앞에서 이승연 서예가.

사)원불교문화예술총연합회
원불교문화예술총연합회(이하 원문예총) 회장이자 원불교서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연 작가는 서예협회에 대한 애정이 깊다. 원데이체험 프로그램, 예비교무법어전 등 서예협회가 걸어가는 길에는 항상 그의 기획력이 함께였다. 

이 작가는 서예협회 창립동기와 활동에 대해 “원기99년 창립된 서예협회는 매년 원불교원묵회서예대전과 원불교서예협회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묵향으로 법문을 전하는데 앞장서 온 서예협회가 함께였기에 원문예총 회장도 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서예가 원불교문화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원문예총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그는 원문예총 산하에 있는 각 협회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원불교 예술인들의 현황파악 및 DB구축, 협회 통합 및 신설, 협회의 체계적인 운영 조력 등을 추진해 각 협회 회원들간의 소통과 협력 체계를 다지고자 합니다.”

 

원문예총 회장으로서
예술인 현황 파악 및 DB구축 힘쓸 것

서예로 법문을 써가며
마음공부 하는
행복한 교도 서예가

필연, 서예와의 만남
전남대학교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 붓을 잡은 이승연 작가. 필연이었던가. 서예에 대한 깊은 갈망이 생긴 그는 무작정 서예학원을 찾아갔고, 날마다 먹을 갈고 묵향에 빠지게 됐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붓을 잡지 못했던 그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989년 원광대학교 서예과 1기생으로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서예로 대학을 간다하니, 가족들의 반대가 무척 심했지요. 그 때는 그저 서예를 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 하나로 익산에 왔어요. 그렇게 4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석·박사를 마친 뒤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학과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위창 오세창’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글서체, 문인화, 전각, 사경, 불화, 캘리그래피 등에도 실력을 쌓으며 작품의 범위를 넓혀갔다. 

“서예에서는 문장의 내용에 따라 서체의 풍격을, 문인화에서는 그림과 화제에 마음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마음을 닦는 수행은 예술의 뿌리가 되고, 작품은 열매가 됩니다.”
 

<상근기와 큰바위> 2019, 48×36㎝.
<상근기와 큰바위> 2019, 48×36㎝.

경계 넘나드는 작품 세계
40여 년의 서예인생, 개인전 13회, 단체전 300여 회에 출품해 온 이승연 작가에게 조금은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모든 작품이 내 분신이라고 생각하기에 특별히 애착 작품을 따로 두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기자님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품은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첫 번째로 전주지방검찰청에 걸려있는 ‘자경문(自警文)’이 그것입니다.”

자경문은 전주지방검찰청 공모전에 출품해 당선된 작품이다. 빼곡하게 적힌 문장들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양을 새긴 전각 낙관이 특별하다. “율곡이이의 자경문을 요약해 한글판본으로 썼습니다. 자경문은 현대 시대에도 훌륭한 좌우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현재 남양주지청에 걸릴 대형작품 다산선생의 ‘흠흠신서’를 제작하고 있다.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두 번째 작품은 모필사경 책 『따라쓰는 원불교 독경집』과 『정전집』 이다. 교도로서 서예로 법문을 새기며 행복을 느낀다는 것. “저는 서예로 법문을 새기면서 마음공부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외 작품활동도 많이 해왔지만, 교도 서예인으로서 교단 내에서 활동하는 것이 무척 보람됩니다. 전산종법사 신년법문 휘호, 원남교당 현판, 해외교당 기증작품 등 많은 작업을 했지만, 원불교 서예문화 형성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든 모필사경 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한 소식〉, 2019, 48×36㎝
〈한 소식〉, 2019, 48×36㎝

깨달음을 전하는 글씨
원기107년 원문예총 회장, 전북문화재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이승연 서예가는 그 외에도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익산문화관광재단 이사, 익산민간기록관리위원 등 그가 맡고 있는 직책은 무수하지만, 가장 큰 목표와 서원은 여전히 ‘신앙과 수행’이라고 강조한다. 

“제 역량이 많이 부족하지만 공심으로 주어진 일을 처리하며 늘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정신으로 맡겨진 소임을 다하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정전공부를 통한 신앙 수행에 집중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법문을 한글, 영어, 문인화 등으로 작품화해서 해외 교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자, 그 사람이다.’(書者心畵 書如其人) 깨달음을 전하는 글씨를 쓰는 이승연 작가다. 

[2022년 2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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