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정전』 지자본위에 보면 ‘지자(智者)는 솔성, 정사(政事), 생활, 학문과 기술, 기타 모든 상식에서 자기 이상이 되는 자’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지자의 결정권은 판단하는 자신에게 있으므로 얼마든지 상대적일 수 있다. 따라서 내게는 그가 지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시대는 지자를 전문가라고 부르는 쪽으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지자, 곧 전문가는 자타의 인정을 받아야 하고 피할 수도 없다.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조차도 문제 상황에서 확인을 요구받는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는 점점 세분되고 복잡해진다. 단지 학문이나 기술 분야에만 한정되는 일도 아니다. 크고 작은 사안에 따라 보통 사람으로서 해결할 수 없는 사례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만큼 사회가 점점 복잡다단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자, 전문가는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지자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일정한 교육을 받고 그 능력을 검증받아 공인을 요구받는다. 자타가 공인해야 비로소 전문가로서 일차적인 자격요건이 충족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성급하게 그를 전문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비록 그런 공인을 받았다 해도 끊임없이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재교육 등 연구와 개발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비로소 전문가로서 대중의 인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전문가에게는 고도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한다. 이른바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직종일수록 그런 기준을 요구받는다. 그 밖에 수요자로부터 가혹한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성직자는 어떤가? 물론 전문가, 지자임이 분명하다. 외형적인 조건으로 보면 일정 교육을 받은 다음에 매년 정기적으로 재교육(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도의 윤리의식은 당연하게 자임한다. 그런데 성직자들의 재교육이 환류 체제(feedback)를 유지하는지, 수요자로부터 평가를 받는지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 비해 분명하지 않다. 물론 자기 자신의 평가를 전제한다고 해도 그렇다. 요컨대 종교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직전 교육은 어느 정도 평가가 보장되는 편이다. 그러나 현직교육인 재교육이 과연 전문성 제고에 얼마나 도움이 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교무나 성직자의 역할수행, 역할기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 집단과 비교하면 그 폭과 깊이를 정확하게 설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나아가 어느 전문직도 개인차는 존재한다. 교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상적인 과업 외에 전문가로서의 창의력이 요구되면 될수록 재교육도 공급자보다는 수요자로부터 어떤 평가 환류 체제를 유지하는가에 대해서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논리로 수요자인 교도로부터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런 평가의 환류 체제 도입 노력이 없거나 거부한다면 자신은 물론 조직 발전에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무나 성직자를 지자, 전문가라고 하려면 직전 교육, 재교육, 자기 노력, 수요자의 평가 등이 선순환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야말로 지자 본위의 인사, 법위사정이 이뤄져야 공동체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원광대학교

[2022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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