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광 명예교수
김혜광 명예교수

[원불교신문=김혜광 명예교수] 학문이란 어떤 분야의 지식 체계를 지칭한다. 『정전』지자본위에서도 ‘학문과 기술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라고 했고, 최초법어 수신의 요법에서는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이요’라고 했다. 정산종사는 “신앙불교, 학자불교, 실행불교를 다 갖춘 불법이 참 불법”(『정산종사법어』, 법훈편 13)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교단 내에서 학문에 대한 반응은 결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원인이 있다. 학문 후세대가 성장하기 어렵고, 연구방법과 연구결과가 아직은 두텁게 자리했다고 보기 어려운 척박한 토양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학문이 학문답게 성립하려면 연구자와 연구대상 및 방법 그리고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사실 어느 학문이든 적어도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학문’으로 성립된다. 그들이 연구해낸 결과는 지구촌과 국가·사회로부터 평가받아 발전하고, 사회적 기여나 평가에 따라 그에 상응한 반응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은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이다. 이에 따라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으로 학문 분야가 분류된다. 분야마다 연구방법은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의공학, 인지공학(AI)처럼 학문 간에 장벽을 넘어 만나는 이른바 학제간적 학문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제 원불교학을 들여다보자. 먼저, 누가 원불교학을 연구하는가? 비록 학제간 또는 공동연구를 포함해도 원불교학 연구층은 매우 얕다. 왜 이처럼 연구인력이 빈약한가? 단적으로 학문에 대한 냉소주의와 취약한 인프라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학문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겠는가?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원불교학’을 소분류 항목인 한국종교의 하위 분야로 분류하고 있다. 왜 이런 평가를 받는가? 원불교학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평가를 받기에는 그만큼 그 축적된 연구결과가 빈약하다는 반증이다. 

원불교학의 연구방법은 주로 경전이나 문자화된 자료를 근거해 해석하는 수준인 문헌 해석학이 주류를 이룬다. 교화, 교육, 자선 현장에서의 경험적 근거를 확인해야 하는 연구에 적절한 연구방법을 적용하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실천교학은 경험적 접근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편 한국 학술연구정보 서비스(K-Riss)에 ‘원불교’를 핵심어로 확인해보면 기대 이상의 많은 원불교학 관련 연구물들을 보게 된다. 물론 이들은 기존 원불교학계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원불교학 연구가 학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는 곧바로 지식인 사회에서 원불교가 어떻게 평가받는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그것이 중요하다. 학문의 세계에서 평가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준을 적용하려고 한다.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이 교단에 도움이 되려면 연구를 위한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연구인력 확충, 연구대상의 명료화, 연구방법의 정교화, 연구결과에 대한 평가 등의 선순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런 환경이어야 비로소 안으로의 원불교학 후속연구는 물론 원불교학 교수요원의 확충, 전문가 집단의 양성과 밖으로의 원불교에 대한 지성 사회의 평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교로써 학문의 뒷받침이 없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원광대학교

[2022년 3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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