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나태하지 말라는 것은 원불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미래불 미륵 부처님이 서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중생제도를 하는 것처럼, 우리들은  산 부처가 되어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정신으로 제생의세를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원불교인이라면 어느 한순간도 허송세월 할 틈이 없다.

『정전』 수행편 사연사조에서 ‘나(懶)라 함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하기 싫어함’이라고 했다. 이는 일기법의 ‘잠시라도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지 말자’, 솔성요론의 3, 4, 5, 13, 16번 조항과도 연결된다.

한편 ‘사람이면 좀 게으름 피우는 날도 있어야 인간적이지, 늘 애쓰고 부지런하게만 살면 그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강박 아니겠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원기회복을 위해 마땅히 쉬기로 하고, 쉰다면 그것은 나태가 아니다. 그러나 기운이 충분한데도 계속 누워있거나, 쉬어야 할 때 휴대폰, 유튜브, 게임에 빠져 시간을 낭비한다면 그것은 나태다. 현대인의 나태에 가장 큰 친구는 스마트폰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렇게 끌리는 소식들이 많은지, 5분 좌선은 그렇게 힘들면서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1~2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왜 나태함이 있게 되는가? 인간은 이미 ‘보고 듣고 배우고 하여 아는 것과 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동물의 몇 배 이상’이 되는 강한 욕심의 동물인데 말이다. 잘 살펴보면 누구나 습관에 좋아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이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함도 나태함이요, 동시에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빠져 있는 것도 나태함인 것 같다. 

나도 하고 싶은 일에는 부지런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나태하다. 이를테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이렇게 글을 쓰고 공부하는 것은 부지런한 면모일 것이다. 그런데 정리정돈, 청소, 설거지는 하기 싫어해서 계속 미루게 되며, 새벽 좌선이나 운동도 잘 못 한다. 사실 세속에서는 강점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하지만, 원불교에서는 원만구족한 인격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나는 내가 부족한 면도 관심을 가지고 좋은 습관을 붙여나가고 싶다.

이 계문은 쉼 없이 무엇인가를 하라는 말이 아니라, 내 정신자원이 낭비되고 있지 않은지 늘 생생하게 깨어 주의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늘 성불제중의 서원과 연결된다. 내가 누구이며, 내 몸과 마음이 누구의 것인가. 내 것인 동시에 사은의 공물임을 알아서 주어진 순간을 소중하게 쓰는 것이다. 현대는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이고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종교적인 당위성으로 나태 계문을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하는 바가 무엇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결과는 어떠할까를 냉정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진리를 확연히 깨치고 삼대력을 두루 갖추어 나도 행복하고, 주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 나태하지 않고 몸과 마음, 시간과 돈을 잘 사용하여 진급과 은혜의 길을 걷고 싶다. 이토록 분명한 대답이 나오는 나. 미약한 초보 수행자를 진리가 끝까지 호렴해주시리라 믿는다.


◆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

『정전』 수행편 솔성요론

3. 주색낭유하지 말고 그 시간에 진리를 연구할 것이요.
13. 정당한 일이어든 아무리 하기 싫어도 죽기로써 할 것이요.

/김천교당

[2022년 3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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