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 공부

박순명 교도
박순명 교도

[원불교신문=박순명 교도] 말에 대한 주의는 계문에서 여섯 조항이나 된다. 보통급에서는 악한 말을 말라했고, 특신급에서는 다른 사람의 과실, 두 사람이 아울러 말, 비단같이 꾸미는 말, 그리고 법마상전급에서는 한 입으로 두 말, 망녕된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인과를 아는 법마상전급 정도 되면 남을 일부러 속이기 위해 일구이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적절한 표현을 못 찾거나, 자기가 자신에게 속을 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서는 정의를 외치지만, 뒤에서 욕설과 권모술수를 얘기하다가 그 녹음파일이 언론에 공개되어 곤혹을 치르는 일이 자주 있다. 겉으로 꾸며 말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요, 그러면 반드시 다른 말이 나오게 되어 있다. 

즉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으려면, 누구에게나 내 속마음에 위배되지 않는 말을 해야 할 것이고 결국 내 속마음이 양심에 비추어 누구에게 공개되어도 떳떳한지 늘 살펴야 할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녹음기로 언제든지 녹취를 할 수 있어서 내 말이 당장 오늘 저녁 인터넷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 녹음만 그러한가? 우리가 하는 말은 하늘이 듣고 땅이 들으며 다 허공법계에 녹음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욕심이 가득한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만 욕할 것이 아니라 먼저 내 마음 속은 어떤지,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부터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계문을 받들고 그동안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실, 말할 수 없이 많다. 대개 곤란한 상황에서 앞에서는 예의 차리느라 둘러댔다가 뒤에서는 다른 소리 했던 것이었다. 

이건 어리숙해서 그런 탓이 크다. 내가 이 사람에게 얘기한 것이 저 사람 귀에 안 들어가리라고 믿어서 그렇다. 그러나 세상에는 비밀이 없어서, 한 두 다리만 건너면 금방 확인이 된다. 결국 얕은 수가 드러나 금방 낯 뜨거운 상황이 된다. 

하물며 대중들의 신임을 받는 법마상전급 수행자가 일구이언을 하면 어떠하겠는가. 수행자의 일구이언은 진리에 대한 순수한 서원을 해칠 뿐 아니라, 그를 믿고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평소 자신의 마음을 냉철하게 점검해 순수하고 담박한 본래 마음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줄어든다. 

인과를 알고, 천심을 알면 알수록 말이 참 무섭다. 모를 때나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요, 속이 어지간히 깊어야 할 것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기에 말에서 공부수준이 드러나고 죄복이 좌우된다. 나는 말 속에 지혜로움을 담고 싶다. 처지와 장소와 때를 잘 살펴서 은혜가 되는 말을 하고 싶다. 


◆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

『예전』 통례편 제7장 언어와 응대 제2절 말하는 법

3. 말은 매양 진실 정직하게 하고 간교한 수단으로써 거짓을 꾸미지 말 것이요.
4. 말은 매양 신과 의를 주로 하고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말 것이요.

/ 김천교당

[2022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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