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첫 수업이 끝난 후 기념촬영까지, 소학교 학생들의 입학식 날 풍경.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첫 수업이 끝난 후 기념촬영까지, 소학교 학생들의 입학식 날 풍경.

[원불교신문=정창현 소장] 북한이 4월 1일에 맞춰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입학식을 가졌다. 북한은 우리보다 1개월 늦은 4월에 새 학기를 시작한다. 2020년 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북한은 개학을 두 달 늦췄고, 그나마도 ‘락원’이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입학식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도 북한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 집으로 찾아가 지도하는 ‘안내수업’을 진행하다가 4월 하순께 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만에 입학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셈이다. 

북한의 언론은 정시 개학에 대해 “뜻 깊은 올해의 새 학년도가 시작됐다”며 “교육부문 일군(간부)들과 교육자들은 물론 온 나라 학생들과 학부형들도 개학날을 맞이한 기쁨에 넘쳐있다”고 소개했다.

북한에서는 통상 3월 말에 졸업행사가 열린다. 졸업식은 졸업 학생들이 학교 강당이나 운동장에 모여 학교장이나 선생님들의 축사를 듣고, 졸업생 대표가 나와 후배들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재학생 대표가 화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학급반장이 대표로 강단에 나가 성적표와 졸업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면 졸업식이 끝난다. 

소학교(5년)와 초급중학교(3년)의 졸업식은 같은 반 급우 대다수가 그대로 인근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차분한 편이다. 다만 고급중학교(3년)을 졸업하면 대학, 군대, 직장 등으로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송별회 등이 별도로 열리기도 한다. 

북한의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서는 취학연령에 해당하는 어린이들에게 세대별로 입학통지를 하고 이에 따라 부모님들이 입학에 필요한 서류를 소학교에 제출하고 입학등록을 한다. 
 

입학식을 마친 평양 미래소학교 학생들이 담임교사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입학식을 마친 평양 미래소학교 학생들이 담임교사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성대하게 열리는 소학교 입학식
졸업식이 끝나면 며칠 후 전국적으로 입학식이 열리는데, 북한 학부모들도 학교에 첫 걸음을 내딛는 소학교 입학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소학교 입학식 때는 학부모를 비롯해 고위 관료들까지 참석한다. 학생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마음은 남이든 북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부모들은 입학식 날 아침 가방과 학용품을 챙기고, 새 교복에 꽃을 달아주며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을 선물한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생이 되었다고 얼마나 좋아하던지. 내가 학교로 오는 동안 애한테 끌려오다시피 했습니다. 이제 학생이 된 우리 애가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해야겠는데, 정말 걱정이 큽니다”라며 설렘과 걱정을 드러낸다.  

“신입생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정문 앞에 모인 신입생들은 선생님과 재학생들이 뿌려주는 색종이 꽃가루를 맞으며 입장을 한다. 이 모습을 담기 위해 학부모들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연신 누른다. 휴대폰이 600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나타난 신풍속도다. 

신입생들의 입장이 끝나면 학교장의 신입생 축하연설, 학교 소개, 상급생의 축하문 낭독이 이어진다. 그리고 입학생 대표가 나와 “공부를 잘하여 나라의 기둥감이 되겠어요!”라는 내용의 결의 발표를 한다. 어린 동생들을 맞이한 재학생들의 간단한 환영공연도 열린다. 끝으로 노래를 합창하고 열을 맞춰 교실로 들어가는 것으로 입학식이 끝난다.

교실에 들어온 신입생은 담임교사와 인사를 하고 첫 수업을 진행하고, 이날은 특별히 학부모들의 참관수업이 허용된다. 새내기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또렷하게 대답한다. 이 모습을 대견스럽게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북한에서 담임교사는 신입생들과 학부모에게 큰 관심사다. 북한은 ‘담임 고정제’를 시행해 인사이동 등으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일이 없는 한 입학식 때 담임교사가 졸업 때까지 학생들을 맡기 때문이다. 
 

소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진행되는 첫 수업을 학부모들이 참관하고 있다. 
소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진행되는 첫 수업을 학부모들이 참관하고 있다. 

연초부터 신입생 용품 생산에 분주
남쪽과 달리 북한 전역의 학생들은 똑같은 색깔과 디자인의 교복을 입으며, 교복은 100% 무료는 아니지만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말 열린 조선노동당 제8기 제4차전원회의에서 “온 나라 학생들에게 국가부담으로 교복과 학용품을 보장할 것”을 올해의 주요 사업의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에는 교복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다. 2000년대 후반이 돼서야 평양의 학생들에게 교복이 정상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전국의 소·중·대학생에게 모두 교복이 공급됐다. 

3년 후에는 교복이 검정색 계열의 어두운 색상에서 좀 더 밝은 색으로 변경됐다. 대학·전문학교 학생 겨울교복은 회색 자켓에 곤청색 바지로, 여학생 교복은 회색 자켓, 곤청색 치마로 바뀌었다. 소학교, 초급 및 고급중학교 남학생 겨울교복은 목까지 단추를 채울 수 있는 형태로 상하의가 모두 푸른색이다. 여학생은 자주색 윗옷에 회색 치마로 디자인 됐다.

매해 개학을 앞둔 시기에는 교복과 가방, 신발과 학용품을 생산하는 전국의 경공업공장들이 바쁘게 돌아간다. 북한 당국은 입학식 몇 달 전부터 각 공장에 생산 목표 달성을 독려한다. 
 

중학생들의 졸업식과 입학식 모습(위).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의 졸업기념 촬영과 입학식 모습(아래). 2015년 교복 디자인이 바뀌기 전의 모습이다. 
중학생들의 졸업식과 입학식 모습(위).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의 졸업기념 촬영과 입학식 모습(아래). 2015년 교복 디자인이 바뀌기 전의 모습이다. 

북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신의주방직공장을 비롯한 방직공업부문 노동자들은 교복천과 가방천을 적극 생산했고, 평양시와 평안남·북도, 함경북도 교복생산 단위에서는 학부형의 심정으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제품생산에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은 낙후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평양에 10개 학교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의 일부 학교들을 본보기(시범) 학교로 지정해 교육조건과 환경을 일신하고, 교육의 현대화와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선진·인민적 방역’이라는 새로운 방역기조를 제시한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일부 놀이시설을 개방하고,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각종 회의와 강습회 등도 여러 차례 진행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초반보다는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이다. 정상적으로 개최된 입학식은 북한이 주민들에게 여전히 철저한 방역태세 유지를 촉구하고 있지만 점차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 4월 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