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종열) 교무
김종진(종열)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감기 증상이 심해서 병원에 온 환자에게 ‘당신의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원인 모를 병에 걸려서 사경을 헤메는 사람에게 ‘당신의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면 오히려 살 길을 찾은 것 같은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마음을 고쳐먹기에 따라서 병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은 육신의 병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현대의학에서는 정신작용이 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해부학적으로 뇌는 몸의 모든 신경의 지휘부이므로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뇌는 하등동물의 몸 구조가 입체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통해 모아지는 정보가 복잡해짐으로써 만들어진 진화의 산물이다. 그럼 뇌구조가 발전하기 이전의 생명체에는 정신이 없는 것일까?

불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하등동물은 성품이 없는 것일까? 뇌구조를 발전시킨 생명체 내부의 그 ‘주체’는 무엇인가? 한의학에서는 정신과 몸이 함께 움직인다고 본다. 어깨가 구부러진 사람을 보면 기를 못펴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의학에서는 기를 못 펴는 마음이 어깨를 구부러지게 만들기도 하고, 구부러진 어깨가 기를 못펴는 마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본다. 마음의 상태가 어깨 모양과 함께 하듯이, 간심비폐신의 오장에도 마음이 함께 한다고 본다. 정신은 이처럼 전신에 깃들어서 육신을 움직이고, 육신에 영향을 받는다. 아니, 하나로 일체가 되어 움직인다.

그러니 대체로 육신의 병도 마음의 병과 함께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갑자기 추운 날씨를 맞아 감기가 걸린 경우는 그냥 추위가 병인일 것이다. 어떤 세균에 감염이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성병은 대개 갑자기 찾아온 병인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성병은 다르다. 암을 포함해 만성병은 대개 오랜 시간을 거쳐 서서히 내부에서 병이 생겨나 발전한다. 심혈관질환, 신장병, 고혈압, 당뇨, 뇌혈관질환도 마찬가지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5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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