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우리는 흔히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하고 말한다. 하지만 안색이 안 좋은 정도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봐야 무슨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얼굴에도, 내부 장기에도, 혈액에도 물리화학적 검사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간이 안 좋거나, 신장이 안 좋거나, 무슨 중병에 걸린 사람은 확실히 안색이 안 좋다. 그럼 안색이 안 좋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한의학은 신·기·혈·정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질병을 낳는다고 본다. 이 중 어떤 것도 질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흔한 경우는 마음을 따라 기가 먼저 병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혈과 형체의 병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이 타인에 대한,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은 화가 솟아오르는 마음을 따라 기가 자꾸 위로 올라간다. 몸은 올라가는 양기와 내려오는 음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균형이 깨진다. 

처음에 기가 균형이 깨질 때는 안색이 가끔 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가 움직이며 피를 끌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병이 깊어짐에 따라 안색의 변화는 굳어지고 색이 어둡고 탁해져간다. 잘 낫지 않는 고질적 피부병은 여기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기의 병은 암과 같은 중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기의 병이 형체의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기를 다스리는 근본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지만, 호흡법은 직접 기의 움직임을 바꾸는데 빠른 효과가 있다. 마음이 조급해져 애를 끓일 때는 호흡도 얕고 빨라진다. 화를 자주 낼 때는 들이쉬는 숨이 얕아진다. 이럴 때 숨을 천천히 깊이 들이쉬면 바로 얼굴로 오르는 화기가 가라앉는다. 이러한 시간이 반복되면 안색이 바뀐다. 안색이 달라지면 저만치서 달려오던 병이 도로 멀어져간다. 그래서 기는 만병의 시작이면서 만병을 다스린다. 한의학은 기가 병들 때부터 일찍이 치료를 시작하는, 기를 다스리는 약물을 갖춘 의학이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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