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진 교무
김종진 교무

[원불교신문=김종진 교무] 인체에 기관이 생기면 혈관이 따라간다. 피가 돌아야 기관이 작동한다. 모든 세포는 피가 돌아야 생명력을 얻는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다. 암세포 주위에는 새로운 혈관이 왕성하게 생겨나 암세포가 성장하고 전이되도록 한다. 

피가 병들면 모든 형체의 병이 시작된다. 모든 세포가 정상 작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고혈압이 생긴다. 몸에 영양성분이 과다하면 피가 걸쭉해져 혈액의 운행 속도가 느려지고, 걸쭉해진 피를 말초혈관까지 보내려하니 심장에서 피를 보내는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당뇨병도 피 속에 당분이 너무 많을 때 생기는 병이다. 고지혈증은 병명 자체가 피 속에 지방이 많다는 뜻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심장병과 뇌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실은 심장과 뇌뿐이 아니다. 우리 몸에 혈관이 닿는 곳은 모두 기능이 저하되거나 고장이 난다. 백내장 같은 눈의 질병, 만성 신장병, 성기능 퇴화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관이 없다. 피는 형체의 근본이다. 한의학에서 기혈(氣血)을 핵심 개념으로 다루는 것은 기가 에너지를 대표하듯 혈은 형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가난해서 피에 병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피가 싣고 가는 영양성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부분 피가 너무 부자라 병이 온다. 피에 실린 영양성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인의 만성병은 반드시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음식의 양뿐 아니라 음식의 종류와 먹는 시간, 간격 등을 모두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영양이 너무 많이 쌓인 경우라면 유산소 운동을 통해 곳간을 비워내야 한다.

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주요 질병의 예방은 복잡한 검진이나 약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검진은 조기 발견일 뿐 예방의 효과는 없다. 만성병의 예방은 자신의 생활 관리를 잘 하는 데 있다. 원리도 방법도 간단하다. 다만 굳은 습관 때문에 실천하기 어려울 뿐이다. 우리의 마음공부와 똑같다.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

[2022년 5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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