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도
이준원 교도

[원불교신문=이준원 교도] 소리는 파동이다. 눈으로 보는 가시거리가 있듯이 소리를 듣는 가청 주파수가 있다. 돌고래와 박쥐는 초음파도 듣는다. 넓은 들에서 자란 사람은 시각이, 숲이 깊은 곳에서 자란 사람은 귀가 발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술은 프랑스, 음악은 독일에세 발달한 것이 아닐까? 벼는 농사꾼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고 한다. 농부의 정성어린 마음결이 소리로도 전해지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 부모로부터 말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말하기는 듣기부터다. ‘이 원상은 귀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이는 이해관계 당사자들 말을 두루 경청하고, 원근친소와 무관하게 고루 잘 듣고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안이비설신을 통한 감정과 지각은 이성적 판단을 하는 의지의 자율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어느 대기업에서 고객만족팀장, 고객관계본부장 직책을 수행한 적이 있다. 고객의 문의, 불만, 건의 등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Customer)를 들어서 경영활동에 반영하는 일을 했다. 그 당시 ‘쓴소리·단소리’ 제도를 만들어 운영했다. 

고객의 단소리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잘한 현장직원에게 즉시 포상하고, 쓴소리를 한 고객은 감사 포인트를 지급하고, 사내 관련 조직에 전해 개선 활동으로 이어지게 하고 그 결과를 고객에게 피드백하였다.
 

상호신뢰가 돈독할수록 
쓴소리, 즉 문제 제기에 
개방적 태도가 강화된다.

사람은 누구나 귀에 듣기 좋은 소리를 좋아한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람은 자기와 다른 의견도 경청하고 귀에 거슬리는 고언·충언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원숙하게 된다.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데 쓴소리를 전한다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도 같다. 쓴소리는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현장의 쓴소리를 기피하면서 조직은 병들게 된다.

“고객은 항상 옳다(Customer is always right)”고 한다. 왜 이런 말을 현장 직원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야 할까? 이는 나의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참을성을 지니고 끝까지 고객의 불만을 경청하라는 뜻이다. 불만을 털어놓고 싶은데 이를 막게 되면 불만에 불이 붙으면서 더 큰 2차 불만이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어주는 사람에 호감을 갖는 게 인지상정이다.

불만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전환하는 골든타임이 있다. 신뢰와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고객의 불만을 방치하면 고객은 떠난다. 소리 없이 떠나는 고객이 오히려 무섭다. 문제는 불만 사항을 주위에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서비스 회복의 역설(The Paradox of Service Recovery)’이 있다. 이는 고객 불만을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잘 대응하여 고객이 감동하고 불만고객이 충성고객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말한다. 쓴소리가 약이 되는 은생어해인 것이다. 불만을 제기하는 교도 역시 마찬가지다.

공동체 속의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 성장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다. 종교조직인 교단은 기업과는 달리 사회적 가치 기반에서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여기서 경제적 가치 추구란 자산의 효율적 관리와 상호 간에 수요와 공급의 고객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고객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교도와 교무, 재가와 출가, 교구와 총부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교학상장의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상호신뢰가 돈독할수록 쓴소리, 즉 문제 제기에 개방적 태도가 강화된다. 귀에도 검문소를 둬야 한다. 감언이설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쓴소리를 여과 없이 통과시켜야 한다. 교단의 신문고는 어디인가?

/솔로몬 경영개발원 소장

[2022년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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