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도
이준원 교도

[원불교신문=이준원 교도] 언어는 세상을 보는 눈이다. 구전으로 역사가 전해져 오다가 문자와 종이가 발명되면서 인류 문명의 진화가 가속화되었다. 각 민족의 언어에는 어순과 어법 등 고유한 규칙이 있다. 두뇌활용과 의식구조, 그리고 소통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어를 학습하면 뇌 기능이 좋아지고 감정을 최소화하여, 이성적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생각도 일종의 언어다. ‘내가 쓰는 언어만큼 세상을 바라본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상의 한계다’라고 언어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하는 것은 문화적 체험이 담긴 적확한 언어를 찾아내어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체험의 공감대이며, 언어는 살아있는 문화의 세포다. 

소태산이 말했다. “한글로 된 우리의 경전을 세계인이 배울 날이 올 것이다.” 우리말은 ‘주어+목적어+동사’, ‘주어+방향지시어+동사’가 기본 어순이다. 목적어와 방향지시어가 동사보다 먼저 나오는 우리말은 목적(비전)과 방향(전략)을 중시하는 의식구조와 소통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도자의 말과 글, 언어에는 명확성·일관성·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정산종사께서 “성인이 나기 전에는 도가 하늘에 있다가, 성인이 나신 후 성인에 머물고, 성인이 떠나신 후에는 경전에 있다”고 했다. 교단 초기 5년간 역사에 소태산의 뜻이 오롯이 담겨져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를 했다. 엿장수, 밭갈이하면서 자립경제를 지향했다. 재가출가 구분도, 신분이나 남녀차별도 없었다. 법인성사를 통해 ‘죽기로써 하라’는 혈심혈성 정신을 눈으로 보였다. ‘전무출신’과 ‘제생의세’는 전혀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언어는 새로운 삶, 새로운 세상을 지향한다. 
 

우리에게 혁신은 
소태산의 언어를 
일상생활에서 실행하여, 
가슴에서 온몸으로 
체화하는 지속적 과정이다.

혁명이나 쿠데타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 대상은 밖으로, 객체로 향한다. 이에 반해 혁신은 안으로, 주체로 향한다. 초기 기독교의 역사에서 지대한 공헌을 한 사도 바오로는 말했다. “날마다 죽노라.” 날마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정산종사는 사도 바오로와도 같다. 신약성서 27권 중 13권이 바오로 서신이다. 사도 바오로는 죽음을 무릅쓰고 예수의 복음을 전했다.

소태산에게 있어서 혁신의 키워드는 ‘시대화·생활화·대중화’다. 이를 실현하는 추동력인 ‘사무여한’을 한글로 표현한 언어가 ‘죽기로써’이다. 혁신의 실행은 정당한 일은 ‘죽기로써’하고, 부당한 일은 ‘죽기로써’ 하지 않는 것이다. 한 생을 죽은 셈 치고 사는데 바보처럼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를 떠난 혁신, 일상을 떠난 혁신은 허구요, 빈껍데기다. 

SK 그룹 창업자인 故 최종현 회장은 기업경영 언어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만들어 교육했다. ‘슈펙스(SUPEX:Super Excellent) 추구법’을 제시하여, 구성원의 두뇌 활용도를 극대화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폐암 판정 후에도 故 최종현 회장은 ‘죽기로써’ 슈펙스 추구에 솔선수범했다. 오늘날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오랜 기간 형성된 기업문화의 산물이자, 효의 실천이다.

“정치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공자가 답했다. “말부터 바르게 하겠다.” 지도자일수록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를 사용하여 상호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故 이건희 회장의 취임 후 기자와의 문답이다. “무엇이 가장 힘든가?” “말하기가 두렵다.” 지도자는 말과 글, 언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MZ 세대, 알파 세대 그리고 외국인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언어를 학습하고 사용할 때, ‘교법의 시대화·교단의 세계화’는 실현될 것이다.

/솔로몬 경영개발원 소장

[2022년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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