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교장
이진희 교장

[원불교신문=이진희 교장] 사람들은 왜 명품을 좋아할까? 명품은 상품적 가치와 브랜드 네임을 인정받은 고급품이다. 명품은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질적인 탁월함, 브랜드가 갖는 권위가 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 그것은 명품이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일종의 과시욕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명품 소비와 관련해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여러 용어들이 있다. 명품 같은 고가의 품목은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더욱 증가한다는 베블런 효과, 부자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이런 명품족들을 흉내 내면서 사회 전체로 명품 소비가 확산된다는 밴드웨건 효과,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심리를 이용해 명품의 한정판이 제조되는 스놉 효과, 그리고 명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를 같은 집단, 같은 부류라고 여기며 그들만의 공유 감정을 가진다는 파노블리 효과 등이다. 

명품은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지만 서울의 강남거리를 다니다 보면 젊은이들조차 명품을 착용한 경우가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들이 착용한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짝퉁, 즉 가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명품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짝퉁을 소비한다. 명품의 품질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싼 가격만큼이나 품질이 그만큼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적은 돈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듯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에 짝퉁이 판을 치는 것이다. 또 남에게 자신이 명품을 착용한 것처럼 보임으로써 나름 있어 보이려고, 기죽지 않으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이렇듯 명품이든 짝퉁이든 그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품질을 따지기보다 브랜드명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기인한다. 따라서 명품 브랜드는 그 자체만으로 소비자를 홀리기 쉬운 좋은 미끼가 된다. 이에 수입상이나 판매상은 높은 가격을 책정해 고객의 허영심을 채우는 마케팅으로 이윤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짝퉁만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업체까지 등장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몰래 제조하고 유통시키는 것이다.

 

실속있고 내실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일부에서는 명품 소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명품구매족들을 패션의 희생자 즉 ‘패션 빅팀(victim)’이라고 비하한다. 또한 고가의 진짜 명품이 아닌 가성비가 높은 가짜를 소비하는 ‘페이크슈머(fakesumer)’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고가 브랜드의 거품을 비판하고 브랜드가 반드시 품질을 보장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진짜 모피코트와 유사한 인조 모피코트를 소비하거나 실제 세계여행이 아닌 스트릿 뷰를 통해 가상 여행을 하고, 먹방을 통해 음식을 즐기며 대리만족을 한다. 이들은 경제형편이 여의치 않은 현실 속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브랜드의 소유 여부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보다, 개인의 주관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삶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거나, 명품 소비자처럼 보이기 위해 불법 제조 유통되는 짝퉁을 소비하기보다, 아예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다. 굳이 브랜드명이 없더라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의 질에 대한 소문을 내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많은 장치와 제도가 있다. 

백화점 명품관에 전시된 고급 브랜드가 아닐지라도 훌륭한 제품이 있고, 강남의 멋진 미슐랭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정보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많은 채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브랜드명에 목숨 걸지 말고 실속있고 내실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문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겨레중고등학교

[2022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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