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주 교무
장명주 교무

[원불교신문=장명주 교무] 구로교당에는 일원회 걷기명상 문답감정 프로그램이 있다. 이번 6월11일~12일엔 40명이 하섬 바닷길 명상을 다녀왔다. 연꽃섬 하섬을 이성관 원장님이 어찌나 정성스럽게 잘 가꿔놓으셨는지 들어가면서부터 탄성들이다. “어머나 이것 좀 보세요. 여기 좀 보세요.” 나를 이리 끌고 저리 끌고. 대화는 온통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다. 

활짝 핀 노란 만년초가 입구에서 반기고, 뜨거운 열정을 모아 붉게 피어 있는 석류 한 그루, 그 옆 포대화상 파안대소를 그대로 따라 웃게 된다. 곳곳에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망종화도 황홀하고, 그 곁에 줄지어 열매를 맺고 있는 무화과도 다정하다. 

해풍 따라 가지를 늘어뜨리고 더욱 늠름하게 청정함을 품어내는 장송들…. 파도소리가 커도 조용하다. 금 간 항아리를 오천원에 사다 놓았다는 의자, 하나하나 보는 것도 정겹고 마주 앉아서 얘기해도 정겹다. 입구의 일원상뿐 아니라 툭 트인 바다와 청정한 해풍을 담고, 널찍하게 닦아진 길과 만고일월비의 일원상 안에선 바다가 출렁거렸다. 걱정되던 모기도 거의 없고, 물도 해결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교도님들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교무진들은 힘들어도 좋다. 하섬 바닷길 자유 명상 시간은 물론이고, 새벽이고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하섬을 몇 번이나 도는지, 나갈 때마다 또 다른 하섬을 만난다며 온통 바다와 바람과 소나무숲과 하나가 되었다. 
 

속 깊은 마음공부가 
도달하는 온전함의 세계도 
결국 ‘실체라고 믿는 
그것을 없게 하는 것’

서원풍등도 서로 시간차를 두고 떠올랐는데 만나서 일원상이 된다. 원장교무님의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 주제 강의와 염불실습도 자신의 체험을 위주로 참으로 맛깔스럽고 정전의 핵심을 뚫어줬다. ‘이 도량이 그냥 가꿔진 것이 아니구나!’ 감탄했다. 그리고 이 섬이 이렇게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들기도 했고. 성자혼이 서원으로 살아나 함께한 모두에게 업장소멸과 각성을 주고 자질구레한 마음들이 비워지는 소식도 들었다. 

그렇다. 연마하고 실행하는 서원은 기적을 부른다. 저렇게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저 한 소식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을까.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겸손도 배운다. 

교도님들은 돌아오는 차에 타자마자 벌써 하섬이 그립다고 하고, 길게 추억에 남을 훈련 여행이었다고 한다. 다시 개인적으로 방문할 계획들도 세우고,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다. 이 법이 있고 이렇게 법연으로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와 공경을 올렸다. ‘대적공은 함께 하는 것이다’는 대산종사님의 법문도 마음에 새긴다.

21세기에 별을 보는 방법에 대해, 데이비드 봄 양자학자는 “별과 별사이의 허공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고미숙 고전평론가가 전한다. 별과 별, 인간과 별은 허공이 있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수한 별들을 연결하고 별들을 지탱해 주는 것도 ‘비어 있어’ 가능하다고. 견고한 물질세계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차원에 들어가면 비움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우주만물의 실체가 ‘없음’임을 과학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속 깊은 마음공부가 도달하는 온전함의 세계도 결국 ‘실체라고 믿는 그것을 없게 하는 것’이니 과학의 절대와 마음공부의 실행에서 비어있는 하나를 만나고 그 하나가 함께라는 것을 알자. 

지난 육일대재에 한 교도님이, 해원의 인연을 위해, 조용히 그 분 몫의 기도비를 정성스레 올리시는 것을 뵀다. 숙연해졌다. 저 일이 쉬운가. 나도 과유불급을 새기며 부질없이 명색에 매인 마음도 놓는다.

/구로교당

[2022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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