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죽염을 샀다. 죽염은 소금인 줄만 알았는데 처음 먹어 보니 맛과 냄새가 달걀 썩은 냄새 같아서 비위가 상했다. 고체 형태의 다른 죽염들은 냄새도 덜 나고 먹기도 편해 보였는데 내가 산 분말 죽염은 비린내가 나서 먹기가 고달팠다. 

먹을 때 고약한 냄새가 나니 기분이 찝찝하고, 왠지 몸도 더 안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이 상한 것일까? 왜 이런 걸 비싸게 주고 사서 먹지? 이해가 안 가네 어떻게 이런 죽염을 시중에 내놓고 팔지?’라며 업자에게 속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과 원망도 일어났다. 

고민 끝에 먹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신문에서 죽염에 관한 기사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나에게 속았구나. 끌려다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고, 분별과 주착에 빠져있던 나를 발견했다. 

죽염의 비린내는 천연유황 성분의 냄새 때문이고, 이는 인체에 중요한 미네랄 성분이라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나는 혼자서 외롭게 식탁을 지키던 죽염을 얼른 한 수저 덥석 퍼먹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몸도 좋아지는 것 같고, 냄새도 한약 같고, 힘이 솟는 것 같았다.

한순간 달걀 썩은 비린내 나는 죽염이 솜사탕 죽염으로 변해버린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사람 마음이 어쩜 이렇게 간사할까.’ 

『정전』 일원상 법어에서 ‘이 원상은 코를 사용할 때에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 무사한 것이로다’고 했다. 냄새에 끌려 소금이 ‘썩었다. 역겹다. 건강에 좋지 않다. 판매자는 나쁘다’며, 한동안 망상에 사로잡힌 중생으로 살았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내가 정한 의식의 틀과 기준으로 분별 시비하면서 현상을 판단했다. 그리고 그에 얽매여 집착하는 생활을 했다. ‘경계에 따라 있어지나니…’ 경계를 당해 멈춰 있어지는 마음을 잘 살피고,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바른 정신에서 연구하고, 행동해야 한다. 온전·생각·취사 공부의 중요성을 새기게 된다. 소금 선생에게 잘 배웠다.

/수원교당

[2022년 6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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