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원불교에 입교했을 때 ‘처처불상’이란 말을 듣고 감동했다. 모두가 부처이고, 사람뿐 아니라 천지 만물(사은)이 죄복의 권능을 주재하는 신앙의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큰 종교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부처로 바라보기가 힘든 상대를 만날 때 부처로 잘 보이지 않는 마음이 들어서 ‘이럴 때 어떻게 당처 불공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부처라면 상대가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데 그 수준이 너무 못 미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불공하지?’ 

소태산 대종사는 “천지 만물 허공 법계가 다 부처 아님이 없나니, 우리는 어느 때 어느 곳이든지 항상 경외심을 놓지 말고 존엄하신 부처님을 대하는 청정한 마음과 경건한 태도로써 천만사물 당처에 직접 불공하기를 힘써서 현실적으로 복락을 장만하라”고 했다. 

처처불상이라는 가르침은 큰 경계를 주는 힘든 상대를 만났을 때 정말 사실적으로 잘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안되면 편협한 불공을 하는 것이다. 불공을 잘하려면 먼저 경계를 주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부터 없애야 한다. 내 마음속 분별의 틀을 비워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경계에 끌려가지 않는 부동심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정신수양이다. 또 정신수양으로 온전한 마음을 가진 다음 잘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과 은혜의 관계가 될 것인가?’ 이것이 사리연구다. 온전한 마음으로 생각하면 같은 편에서 서로 걱정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 또 결과가 은혜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반복 훈련해야 한다. 이것이 취사공부다. 당처 불공을 잘하는 사람은 삼학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다. 

‘불공’은 얄팍한 처세가 아니다. 내 생존의 근원인 사은 부처님께 불공을 해서 감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부처님이 응감하지 않으면 내 불공의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더 불공하자. 이것을 믿고 실천하는 것이 처처불상이며 원불교의 신앙이다.

/수원교당

 

[2022년 6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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