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주 교무
장명주 교무

[원불교신문=장명주 교무] 지령이 떨어졌다. 지난 6월 2일, 서울교구에서 유아부터 어르신들까지 다함께 보는 법회를 보자고 했다. 

슬로건은 ‘우리교당 다함께 법회’. 날짜는 7월 3일. 교구에서 설교안과 설명기도문, 플래카드 시안과 매주 금요일 교구 유튜브 채널로 홍보 캠페인 영상도 업로드 한단다. 코로나 시대를 지내며 쉬었던 신앙·수행·교화 공동체 회복을 교구 전체 교당이 같은 날 함께 해보자는 것이다. 

준비 기간은 한 달. 솔직히 고백하자면 우리 교당은, 이미 6월 상순 2주는 하섬바닷길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 때라 회의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고, 회장단이 5060세대로 교체되어 이제 걸음마 단계니, ‘실제 2주 준비기간에 할 수 있을까. 아직 가족법회도 못하고 있는데… 내년 대각개교절에 하면 어떨까’ 등등의 생각이 앞섰다. 회장님과 먼저 상의드리니, “어떻게든 해내도록 제가 앞장서겠습니다”라며 확고하셨다.

바로 확대회장단과 재가교역자 회의를 대면·비대면으로 하니, 서로 앞다퉈 업무를 분담하셨다. 회장이 총 진행을 맡고, 전 교도가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되니, 큐시트가 단 하루 만에 나왔다. 우려가 희망이 되는 순간이었다.

약 10일 전, 교구에서 설명기도문과 설교안이 왔다. 설교 제목은 ‘다시 시작합시다!’ 교구장님의 간절하신 원력이 느껴졌다. 설명기도문을 재가교역자 단톡방에 공유하며, 10일 특별기도를 올리자고 하니, 또 즉시 “하겠습니다” 하신다. 기도로 보은하겠다는 서원을 가지신 원로단 단장이시다. 회장단과 재가교역자들의 이런 일심합력들을 보면서 ‘그래. 되겠구나. 이 마음들을 그대로 믿자’ 싶어 개인별 전화는 하지 않았다. 기념 선물도 쏟아졌다. 생각지도 않았던 동기교무의 지원을 필두로 교구 부채까지 이어져 선물이 일곱가지나 준비되었다.

드디어 당일, 기적이 일어났다(정말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시간 전부터, 가족과 직원들을 합해 10명을 모시고 온 회장님을 선두로 각 가족들이 손잡고 오신다. 한 단장님은, 네 자매 전부를 초대해 교당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제부까지 기도비를 챙겨왔고, 10년 다니셨다는 어르신이 초대하신 원로님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분들이 오셨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분담된 업무를 소리없이 하셨다. 

불단은 가족들 불전 헌배로 붐볐다. 대각전이 빼곡하도록 앉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하며 미소가 몽실몽실 피어났다. 입교 4년차 한 교도는 부군을 입교시키기도 했다. 얼마나 설명을 했을까. 독경반을 하는 어린이교도들은 보고만 있어도 좋다. 교무진들도 용기를 되찾고, 교도님들은 일심합력의 위력을 체험했다. 일원회상의 교화 희망도 보았다.

오후엔 교당밴드와 단톡방에서 소감들을 나눴다. “우리가 함께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니 고맙습니다”라는 회장님의 소감을 시작으로,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사회와 준비에 마음을 다한 부회장님, “다함께 기도하고 다함께 설법 듣고, 다함께 노래하니…다함께 하니 광대무량한 낙원이 눈앞에 펼쳐진 느낌입니다.” 그대로 법문이다. “앞으로도 뭐든지 하고 싶어요.” 역시 최선을 다한 다른 부회장님의 소감도 무아봉공한 자만이 누리는 기쁨이다. 무아로 함께 하는 것은 항상 기쁨 충만이다.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할 원불교의 생명력인 창립정신. 그 법인정신인 무아봉공·일심합력을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나 시대로 새겼다. 또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무한동력 에너지를 창출하는 5차 산업혁명 시대에, 나는·우리는 무엇을 혁신적으로, 파괴하고 변하여 시대정신을 이끌 마음공부를 할 것인가?

/구로교당

[2022년 7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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