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광 교무
이인광 교무

[원불교신문=이인광 교무]  필자는 원불교 혁신의 유래를 재래 불교를 혁신한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소태산 대종사가 저술한 <조선불교혁신론>의 내용을 이해하면 우리가 준비하는 혁신의 방향이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근거해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정전>에 바탕한 가르침 돼야
<조선불교혁신론>의 첫 번째 내용은 ‘외방의 불교를 조선의 불교로 하자’는 말씀이다. 인도 불교에도  중국 불교에도 조선 재래 불교에도 끌리지 말고, 우리말로 된 초등 교과서를 정하여 오직 부처님 무상대도의 이치와 자비 사업의 대의를 깨치게 하자는 것이다. 불법의 대의를 쉽게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혁신 내용을 알아서 부처님의 지혜와 능력을 분망한 생활 중에도 빠르고 명확히 얻자는 의미다.

우리는 <정전>이라는 기본 교서가 마련되어있다. 그러니 그 혁신의 바람직한 방향은 분망한 생활 속에서도 세간 출세간을 막론하고 <정전>을 중심으로 불법의 대의를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고, 타 종교와 재래 불교와 우리의 과거와 관습에도 흔들리지 말고, <정전>에 바탕하여 바르게 가르치고 빠르게 배우자는 것이 혁신의 첫 번째 방향이 아닐까 한다.


교리와 제도 대중화, 차별 없어야
두 번째는 ‘소수인의 불교를 대중의 불교로 하자’는 말씀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세간 생활하는 속인에 있어서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부처님의 직통 제자나 불가의 조상으로 들어가기 어려우므로 그 교리와 제도로서는 대중화가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대중화로 혁신하기 위해 주객의 차별이 없이 공부와 사업의 등위만 따르고, 계통도 직통으로 하며, 수도하는 처소도 신자를 따라 건설하자 했다. 의식(衣食) 생활도 각자의 처지에 따라 할 것이고, 결혼 생활도 자의에 맡길 것이며, 일생 생활도 유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하여 결함 됨이 없게 하자 했다. 아울러 세간과 출세간을 모두 대중화하기로 하여, 교리에 들어가서 견성 양성에 솔성을 가해 삼대강령을 주체로 출세간 공부하는 ‘공부의 요도’를 만들고, 세간 생활하는 ‘인생의 요도’와 세간과 출세간을 아우를 훈련과목을 만들며, 기관에 들어가서도 시대와 인심을 따라 이 교리와 이 제도를 운전하는 데 결함이 없도록 했다. 

필자가 생각한 혁신의 두 번째 과제는 우리의 교리와 제도가 대중화로 만들어졌음을 재가·출가가 함께 인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객의 차별이 없고, 계통도 직통이며, 의식주, 결혼, 일상 생활에 결함 없이 교리와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지를 대조해야 한다. 소태산이 왜 혁신의 교리와 제도를 생활과 시대와 인심을 통해 펼치고자 했을까? 그 방점은 대중화라 생각한다.


세력형성·배척 말아야
세 번째는 ‘분열된 교화 과목을 통일하기로 하자’는 말씀이다. 재래 불교에서 경전은 ‘불교에 대한 교리나 제도나 역사를 알리기 위함이요, 화두를 들고 좌선을 시키는 것은 현묘한 진리를 깨치게 함이요, 염불과 주문은 번거한 세상 애착 탐착을 놓고 정신을 통일시키기 위함이요, 불공법은 승려의 생활에 도움을 얻기 위해 가르치는 것’이다. 소태산은 신자에 있어서 다 배워야 하나 한 과목이나 혹은 두 과목에 가지를 갖고 “내가 옳네, 네가 그르네” 시비가 분분하고, 당파가 갈리면 초입자의 신성과 신자의 통일을 방해하여 불교 위신이 타락하고 발전의 장애가 있게 된다고 했다. 이에 번거한 경전을 다 놓아 버리고 제일 강령과 요지로 화두와 경전을 정하여 일과 이치에 연구력 얻는 과목을 정했다. 그리고 염불·좌선·주문을 단련하여 정신 통일하는 수양과목을 정하고, 모든 계율과 과보 받는 내역과 사은의 중대한 은혜를 단련해 세간 생활에 적절한 작업취사 과목을 정했다. 이 삼대 과목을 병진하면 교리와 신자가 자연 통일될 줄로 믿는다고 했다.

필자가 생각한 세 번째 과제는 통합이다. 우리가 한두 가지의 생각과 판단으로 옳고 그름의 시비가 분분하고 혁신을 위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로 세력을 형성하고 서로를 배척하면 누구는 소리를 높이고, 누구는 침묵하고, 누구는 관망하게 된다. 이 모습은 원불교의 위신을 우리가 타락시키는 것은 물론, 발전의 장애를 만들고, 우리의 교리를 무너뜨리며, 통일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를 고치기 위해 통합된 교과목으로, 세 가지 방향으로 혁신해 주었다. 우리는 수양·연구·취사의 세 가지에 바탕해 내가 통일되지 못한 마음을, 연구되지 못한 생각을, 생활과 소통하지 못했던 취사를 서로 때워주고 채워주며, 함께 배우고 연구하며, 생활 속 실천을 통해 상호 보감을 삼자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만 고치면 된다’는 내 생각이 아닌 소태산 대종사의 세 가지 통합 방향으로 합력해 나가야 한다.

  
당처불공, 사실적 혁신방향
네 번째는 ‘등상불 숭배를 불성 일원상으로 하자’는 말씀이다. 등상불 숭배는 혹 필요는 있으나 미래를 보면 장애라 했다. 또한 불상을 간판같이 사용하여 각자 생활을 도모하니 영업집이 되고 말 것이며 부처님의 정법이 무엇인지, 일체 중생 제도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신자들이 불교신자로 인증받으면 그 교리와 제도 또한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등상불 숭배에서 불성 일원상을 숭배로 혁신하고 그 내역을 사은의 네 가지 은혜로, 사은의 내역은 천지만물 허공법계가 다 부처님 아님이 없음을 밝혀 자기의 구하는 바와 당처에 짓는 바를 따라서 천지·부모·동포·법률에 불공하도록 했다. 죄복의 근원이 분명히 드러나고 그 불공의 방식도 불교를 혁신한 교리와 제도로 기한을 분명하게 해 무슨 서원이든 백발백중하게 했다.

교단혁신특별위원회가 출범하였다. 혁신의 당처는 교단이다. 온라인을 통한 의견 수렴과 대의 수렴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처를 직접 만나는 것은 더 필요하다. 과연 무엇을 당처로 보고 있는가? 몇몇의 의견을 등상불처럼 수용하여 상징성으로 구현한다면 그것은 등상불 숭배와 다르지 않다. 

반대하는 사람, 침묵하는 사람, 관망하는 사람에게 만남의 불공을 하자. 당처를 다 만나지 못해 만남의 행위는 교단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것이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다 부처님으로 모시는 일원상 숭배에 바탕한 사실적인 혁신의 방향이라 생각한다.

/공익복지부

[2022년 7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