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작구 이웃의 수해복구 팔 걷은 원불교 봉공회
신대방동 반지하촌 현장…일용직·이주노동자 대부분
폭우 지나간 자리는 영화 ‘기생충’ 실사판인 듯 처참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장마철이 아닌 8월인데다 대도시에 집중된 이번 집중호우는 예측과 대비가 어려워 피해가 컸다. 반지하와 아스팔트 맨홀, 지하주차장 등 도시시설의 위험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원불교 봉공회는 8월 9일 강명권 교무를 시작으로, 10일부터 2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움직였다. 봉공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교도들의 참여도 잇따랐다. 도봉교당에서는 재가출가 교도가 나란히 참여했고, 서원도 청년교도(안암교당)는 서울역 노숙인 공양에 참여해오다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수해현장에서는 물에 잠긴 가구와 가전을 빼는 일의 비중이 큰 만큼, 남성 교도들의 도움이 컸다. 이번 수해복구는 지난 7월 원불교 봉공회를 비롯, 서울시 봉사단체들이 함께한 재난대응 바로봉사단 출범 후 첫 활동이다.   

봉공이 이뤄진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일대는 오랜 주택가의 반지하·지하 집 피해가 컸다. 하루에 몇 시간밖에 햇빛이 들지 않는 습한 집이지만, 작은 방이 두 개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을 웃돈다. 대부분 일용직·이주노동자로, 폭우에 일이 없어 집에 머물던 탓에 큰 피해로 이어질 뻔 했다.

폭우 당시 한 시간도 안돼 성인 남성 겨드랑이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원불교 봉공회가 첫날 들어간 집의 이한신(가명)씨는 “구청에서 물막이를 해줬지만 물이 차오르니 소용없었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2층 외부 계단에 앉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입은 옷 빼고는 전부 물에 젖어 가을, 겨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그의 옆집에는 씻다만 쌀과 양파 몇 개, 건조대의 빨래가 아직도 흙탕물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숱한 수해 현장을 다녀온 강명권 교무는 “피해가구들이 가깝고 밀집되어 있어 봉사하기에는 지방보다 덜 힘들다. 하지만 출입하는 데 어렵고, 이미 열악한 환경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즐비한 신축 빌딩 사이 낮은 반지하방을 덮친 폭우는 영화 ‘기생충’의 실사판이었다. 

가장 빠르게 달려가 이웃을 위로한 원불교 봉공회. 다만 이웃종단 및 봉사단체들의 봉사자들이 날로 늘어가는 반면, 원불교는 몇몇이 먼 데서 어렵게 참여하며 봉공을 이어오고 있다. 자연재해현장은 봉공과 위로가 필요한 바로 우리 이웃을 보듬는 교화와 자선의 현장이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과 서울교구청, 피해지역과 가까운 교당이나 기관들이 더 살피고 함께 했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운 대목이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봉공회원들은 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건진 후 가전 및 가구 전체를 드러내고 바닥의 흙탕물을 닦았다.

[2022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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