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단전주 호흡도 자신의 좋은 호흡으로 해야 선정 깊이 드는 데 수월하다. 사람마다 잠잘 때 호흡의 느낌, 길이, 세기 등이 다른 것처럼 제각각이다. 

그런데 좌선을 할 때 일률적으로 조용하게 호흡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위적일 뿐 아니라 긴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는 좌선의 내용이 좋지 않다. 게다가 지속할 경우 몸의 면역은 물론이고 호흡이 얕아서 폐 기능마저도 약화시킬 수 있다.

호흡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 기본이다. 좌선도 자신의 가장 편안한 호흡을 찾아서 단련할 때 건강과 더불어 수행의 진전을 이루게 된다. 편안한 호흡은 일반적으로 잠잘 때의 호흡을 기준 삼는 것이 좋다. 이 호흡은 상황에 따라 몸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살아오며 마음에 많은 상처들이 스며들거나, 그 순간의 환경과 심리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기는 한다. 하지만 잠 잘 때의 호흡은 가늠하기 쉬운 호흡일 뿐 아니라 단전에서 될 경우 단전주 호흡의 기초로 손색없다.

이보다 더 좋은 호흡은 마음 고요할 때의 호흡이다. 마음을 고요하게 갖는 즉시 될 수 있으니 어렵지 않다. 이 호흡이 되면 호흡의 느낌, 세기, 길이 등을 살펴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 선에서 이 호흡을 챙겨 선을 하면 호흡이 좋을 뿐 아니라 선이 훨씬 잘된다. 이 호흡은 일상에서 마음이 산란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보다 마음이 편안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의 호흡은 더 좋다. 이때는 마음 밑바닥까지 놓아지는 느낌이 있다. 이 사람이 어머니가 아닐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조건 없이 다 받아주고 안아준 것이 앞으로도 이어진다는 무한한 신뢰가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더욱 좋은 호흡은 마음이 텅 비었을 때의 호흡이다. 마음이 텅 비면 하염없이 개운하다. 마음과 기운이 맑고 편안한데 생기마저 돌기 때문이다. 이 호흡은 여행이나 산책을 떠나 과거에 대한 것도 잊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홀로 자연 속에서 거닐 때 될 여지가 크다. 이때 좋은 경험은 호흡의 최상의 기준이 될 수 있으니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이런 산책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주 하길 권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의 좋은 단전주 호흡으로 단전주선을 한다면 좌선이 잘될 수 밖에 없다. 선정의 느낌에 가까이 있음을 의미하니 말이다. 이것이 되면 선정에 이르는 것은 단지 정성과 시간 문제다. 

국선도를 20년 남짓 해온 의사 진에게 이 호흡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들은 이 호흡에 대해 “국선도의 호흡이 무관과 같다면 원불교의 호흡은 문관과 같아요. 우리에게는 이 편안한 호흡이 좋아요”라고 했다. 관건은, 이것만으로 홀로 긴 시간 정성을 들일 수 있냐는 것이다. 여러 사람과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함께할 때 해답이 될 수 있다.

[2022년 8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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