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룡중학교, 학교 의지로 심심풀이 수업 배정
공적 현장에서 증명해내는 인성교육 효과 높아
마음과 경계 알고 실천하는 실사례로 변화 증명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부산에 이어, 공교육 현장에서 원불교가 만든 인성교육 프로그램 ‘심심풀이’가 활약하고 있는 또 다른 현장을 찾았다. 원불교 영광교구에 있는 해룡중학교다.

2022년 1학기 마지막 수업. 김건명 교무(해룡고등학교)와 정다성 교무(영광교구사무국)가 심심풀이 수업을 위해 학교에 들어선다. 마침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복도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은 교무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교무님, 교무님” 하며 뒤를 졸졸 쫓는가 하면, 아팠던 이야기며, 지난주에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는다. 이에 교무들은 “그랬어?”, “왜 아팠어?” 하며 호응한다. 원불교에 입교를 했든 안 했든, 교당에 나오든 안 나오든, 이곳 학생들에게 ‘교무님’이라는 호칭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실제로 한 학생은 “처음에는 교무님이라는 말이 어색했는데 매주 보고 부르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수업이 시작됐다. 1학년 1반에서는 ‘인성덕목 8가지’를 복습한다. 학생들은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줄줄, 잘 외워낸다. 시청각 자료 속에서 무엇이 ‘경계’인지도 잘 찾아낸다. 옆반에서는 원만이 만들기 수업이 진행 중이다. 학생들은 교무와 소통하고 서로를 도우며 마음 심(心) 자를 새긴 원만이를 만들어간다. 생각보다 다들 이 시간에 ‘진심’이다.

해룡중학교 심심풀이 수업은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운영되고 있다.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매 학기 매주 한 시간 심심풀이 수업이 진행되는 데에는 ‘교립학교로서 인성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학교의 강한 의지가 바탕 됐다. 실제로 영광에서 해룡중학교는 인성교육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해룡중학교가 가진 좋은 면학 분위기, 높은 성적과 진학률 등이 인성교육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하나둘 증명되는 덕분이다.
 

사실 해룡중학교 심심풀이는 2017년 시작됐다. 당시 영광교구사무국에 발령받은 김건명 교무가 학교에 먼저 요청해 1학년 자유학기제 선택 프로그램으로 매 학기 15~20명의 학생과 2019년까지 3년간 진행했다. 그러다 2020년, 김 교무가 해룡고등학교 법당교무로 발령받았다. 당시 정종복 교장과 전형도 교감은 ‘교립학교로서 원불교적인 교육’을 고민하며 심심풀이의 가능성과 효과성을 지켜보고 있던 차였다. 그렇게 2021년, 학교가 원불교 청소년국과 정식으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심심풀이가 정식 시간을 배정받았다.

덕분에 학생들은 1년에 최소 스물네 번 교무를 만난다. 1학년 모두가 대상이니, 2~3학년에 올라가도 마음공부와 교무님은 익숙한 존재가 된다. 이에 대해 김 교무는 “학교에서 원불교가 가진 좋은 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실행해보도록 기회와 시간을 열어주려고 협력해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화에도 큰 힘이다. 일단, 교당이 아닌 곳에서 많은 학생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수업을 통해 만나는 아이들과 친분이 쌓이는 덕분에 교당으로 연결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수업을 마치며 정 교무는 “교무님과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으면 원불교로 놀러오라”며 명함을 꺼냈고, 학생들은 앞다퉈 명함을 받아갔다. 학교에서 교당으로 연결되는 학생 수는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들의 변화’는 심심풀이의 효과를 곧바로 증명한다. ‘마음’에 대해 알고 ‘경계’에 대해 배우면서 교우 관계, 부모와의 관계에서 작지만 큰 변화들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학생 사례 발표 내용에 ‘이러한 상황에서 그것이 경계인 줄 알고 멈췄어요’라는 내용이 나오면, 교화자로서 그게 그렇게 기쁠 수 없다. 그뿐인가. 한 학생은 “심심풀이 수업 중 명상이 가장 좋다”고 했는데, 이는 학업에 필요한 집중력을 기르는 데에 심심풀이가 효과를 입증해내는 일면이 된다. 영광의 교구와 교당, 교립학교들은 해룡중학교에서의 성과를 가지고 지역사회 내 다른 학교의 문을 열어갈 꿈을 꿔 본다.

이곳에서 심심풀이 수업을 진행하는 교무들은 이러한 성과의 바탕에 대해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심심풀이 프로그램이 있어서”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공적 공간(공교육 현장)에서 우리 교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매우 든든하다 ”고도 덧붙였다.

소위 교육을 ‘백년대계’라 한다.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인성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중요한’ 인성교육의 중심에 원불교 마음공부를 담아낸 심심풀이가 있다.
 

[2022년 8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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