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열반을 맞이한 한 가족의 공영장례 의식을 치렀다. 영가들의 마지막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빈소에는 많은 교도님과 시민들이 함께해 완전한 해탈 천도를 정성스럽게 기원했다. 요즘처럼 물질이 풍요로운 세상에 나와 가까운 곳에 이런 어려움을 당하는 이웃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종교인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 가족의 고독함을 떠올려 보니 비통한 심정이 들었다.

모든 일에는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낫다. 그것이 바로 ‘다같이 다함께’이며 ‘같이의 가치’다. 이번 일로 나는 ‘정말 다같이 다함께의 참 의미와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최우선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종교에는 인간 세계에 대한 기능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 영적·도덕적 완성을 위한 역할도 중요하지만, 날이 갈수록 끝없는 탐욕과 잔혹한 폭력을 양산해내는 인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가 진지한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하며, 절실한 마음으로 나서야 할 때가 왔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지금 세상은 밖으로 문명의 도수가 한층 나아갈수록 안으로 병맥의 근원이 깊어져서 이것을 이대로 놓아두다가는 장차 구하지 못할 위경에 빠지게 된다”고 하면서 돈의 병을 비롯한 다섯 가지의 병맥을 짚어주었다. 세계가 자본의 힘에 고꾸라질수록, 전쟁의 포화에 무너질수록, 원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각성이 더욱 필요하다. 지금까지 쌓은 신앙과 수행의 힘으로 고통받고 소외된 동포들과 ‘함께 살아간다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은혜를 나누며 교법을 실천하는 삶이 신앙인의 소명 아닐까. 

일원의 복음이 울려 퍼지는 세상은 서로서로 ‘같이의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현재에 만들어가는 것이다. 세상에 희망의 빛을 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멋진 원불교가 돼야 할 때다. ‘다같이 다함께’ 낙원세상으로 가자.

/수원교당

[2022년 9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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