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참가 학생, 교무에 신뢰와 친밀감·명상 호감
성해영 서울대 교수 “지속적 연구와 지도자 관리 성과”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심심풀이가 청소년교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학교’라는 준비된 자리에서 한 명의 교무가 ‘수십명’의 학생을 ‘마음공부’로 만난다. 심심풀이는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진행돼 아이들의 ‘질풍노도의 시기’에 깊이 각인된다. 교과과정으로는 부족한 인성과 마음을 재미있게 다루니, 이 즈음 수립되는 정체성, 개성, 가치관에 큰 영향력이 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심심풀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참여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이은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가 심심풀이를 경험한 청소년들의 심층인터뷰를 담아냈다. 먼저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청소년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점점 재밌어졌다’고 답했다. 특히 ‘부담감 없이 편하게 함께했다’는 평가에 입을 모았다. 

“수업과 수다가 합쳐진 것 같아 편했다”, “대화하며 하니까 더 재밌었다.” 한 청소년은 “이 프로그램을 만약 혼자 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러한 평가는, 심심풀이가 청소년들의 특성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덕이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도 눈에 띈다. “다른 선생님은 몇 번 수업해도 안 친하다. 근데 심심풀이는 선생님과 더 잘 친해지는 것 같다”,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학생들은 심심풀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대체적으로 ‘마음을 주제로 한 교육이 신선하고 유익했다’고 답했다. “나를 좀 더 알고 재밌게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내 마음을 어떤 것에 비유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깨달음은 변화로 이어졌다. “내 마음에 솔직해보니 예전보다 좀 덜 불안해지고,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예전엔 몰랐는데, 심심풀이를 만나고 내가 좀 산만했구나 깨달았다. 처음 해보는 명상이 힘들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몇 번 해보니 나아진다 느꼈다” 등이다. 

 

 

특히 명상에의 호응은 주목할 만 하다. 이론과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은 명상의 진짜 의미와 효과를 체득했다. “명상이라고 하면 태권도 다녔을 때 잘못한 걸 생각하라고 해서 원래 그런 시간인 줄 알았다. 근데 심심풀이는 일단 비운 다음 집중하는 거라고 새롭게 배웠다”, “전에는 명상하면 처음에 졸렸었는데, 이번엔 안 졸리고 눈뜰 때 되게 밝았다”, “내가 생각했던 명상과는 달랐다. 뭐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냥 마음을 비우니 명상한 후에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강사들 역시, 현장에서 명상의 반응이 크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수업 이후로도 명상을 이어갔다. “시험 끝나고 머리 복잡할 때 집에서 차분한 노래 틀어놓고 명상을 해봤다”, “혼자 눈 감고 1분 동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수업할 때 집중도 잘되고 다른 생각이 별로 안든다”는 것이다. 집중을 위해서도 명상을 하지만, 경계를 당해서도 끌어온다. “힘들 때나 화날 때 한번씩 마음으로 침착하자 생각하며 명상한다.”

청소년들은 심심풀이를 휴식과 존중, 성찰로 받아들였다. 안식이 되는 편안한 시간이자, 경험으로 인성을 배우고 내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된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편견과 평가의 압박 없이, 존중받는 수업에 큰 점수를 줬다. “발표할 때 머뭇거리면 굳이 말 안해도 된다고 하고, 강요 안하고 배려해주는 모습에 나도 표현을 잘 할 수 있었다”, “우리를 대하는 행동에서 존중하는 느낌이 들었다”, “발표할 때 작은 소리도 들어줬다. 큰 애들 위주보다는 목소리가 작거나 소심한 친구들도 배려해주셔서 다들 최대한 참여할 수 있었다.”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심심풀이는 다양하고 두텁게 뻗어나가고 있다. 2022년 최우수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데 있어, 성해영 교수(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는 “심심풀이는 청소년과 마음 문제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깊이 연구하고 노력한 성과이며, 긴 호흡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지도자 관리 등에 집중한 결과 압도적 실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웃종교들이 청소년포교 및 전도에 힘들어하는 동안, 심심풀이가 오히려 더 현장에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다.  

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기보다 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교화를 심심풀이가 이끌고 있다. 9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원불교 교무와 마음을 공부한 청소년들은 11만명이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사회를 움직이는 주역이 됐을 때의 세상은 얼마나 다를 것인가. 

학교 벽을 넘어 교법의 씨를 뿌리는 청소년교화자들을 더 칭찬하고 응원해야할 때다. 심심풀이가 있어, 지금 우리 동네 학교에 마음공부가 살아 숨쉰다.

[2022년 9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