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학부시절 “좌선할 때 호흡은 코에 새의 깃털을 대도 깃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말을 선진들로부터 숱하게 들어왔다. 호흡을 그만큼 단련하라는 의미겠지만, 자칫 호흡을 억지로 미세하게 하면 병을 만들 수 있다. 호흡을 인위적으로 가늘게 하다 보면 마음, 호흡, 몸 모두 긴장돼 폐가 약해지고 몸으로 찬 기운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호흡은 좌선에 공들이며 자연스럽게 깊고 고요해져서 몸 건강과 선정에 이르는 데에 도움 되게 하는 것이 좋다. 즉 미세호흡은 저절로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호흡이 잘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호흡에 집중할 때 보다 단전 기운을 전일하게 느낄 때다. 이처럼 미세호흡을 제대로 하려면 호흡을 미세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마음이 단전 속에서 기운에 집중함으로써 호흡이 저절로 미세해지도록 한다. 즉 숨을 들이쉴 때 단전으로 기운을 마시는 느낌이 되면 그 기운 따라 숨은 아주 미세하게 들어온다. 

이렇게 해서 된 미세호흡은 백회호흡과 다른 게 있다. 백회호흡에서는 마음이 백회와 단전 두 곳에 아울러 있었다면, 미세호흡에서는 마음이 몸을 잊고 단전에만 있다. 뿐만 아니라 단전이 배 표면이 아닌, 배와 등 사이의 중간 깊이에 본격적으로 위치하는 것도 다르다. 이때 단전 기운을 몸 안으로 옮기는 것은 그동안 단전주선을 단계에 따라 충실히 밟아왔다면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히 된다.

이제부터의 좌선은 마음이 몸을 잊고 오롯이 이 단전에 있는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 단전 안에 또 다른 ‘작은 나’가 들어앉아서 단전 밖의 큰 몸을 잊는 느낌이어도 좋다. 이때 단전 안에 앉아있는 ‘작은 나’는 육근을 구분할 정도로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결국에는 육근의 경계가 없이 한 기운 덩어리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숨은 코나 명문에서부터 들이쉬는 게 아니라 단전 기운 덩어리가 주체가 되어 그 안으로 숨을 끌어들인다는 느낌으로 쉰다. 그러면 숨은 그동안 잊고 있는 몸의 코와 피부 등을 통해 저절로 들어오니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 내쉬는 숨은 놓으면 적당히 빠져나간다. 

들숨에서의 의식은 우주의 상서로운 기운을 단전으로 마신다는 느낌으로 한다. 상서로운 기운이 단전으로 들어오는 한편 숨도 저절로 미세해진다. 허공에는 기운이 가득 어려 있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대체로 기운의 바탕과 틀을 이루는 공기, 생성하는 기운인 생기, 영롱하고 신령스러운 영기로 이뤄진다. 호흡할 때, 기운은 마음을 따라 움직이니 마음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마시는 느낌을 가지면 단전으로 생기와 영기가 들어온다. 이 미세호흡법은 심단에 의한 기단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선정에 앞서 마음이 단전에 스며들고 숙성되는 감각을 얻는 바탕이 된다.

[2022년 10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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