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필자가 20대 시절, 법타원 김이현 종사가 하루는 “백회에서 단전으로 하나의 굵은 파이프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갖고, 백회에서 우주의 상서로운 기운이 그 파이프를 통해 단전에 들어온다는 느낌으로 호흡해 볼래?”라고 했다. 그 느낌으로 호흡해 보니 정말 심신의 기운이 상서롭고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백회호흡은 백회로부터 호흡을 하는 것이다. 백회(百會)는 의식을 각성시키는 대표적인 혈 자리로, 앞 머리카락 경계로부터 머리 정 가운데 위로 다섯 치 뒤쪽 지점에 있다. 그 지점은 옆에서 볼 때 대체로 머리 가운데보다 약간 뒤로 보이나 좌선할 때 턱을 약간 당긴 상태에서는 머리 중간으로 보인다.

백회호흡을 할 때는 방석 위에서 가부좌로 앉은 다음, 숨을 들이쉬며 백회의 머리카락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집어 위로 올리듯 한다. 그러면 턱이 약간 당겨지며 목뒤가 펼쳐지고 허리 척추 마디마디가 위로 늘어난다. 아울러 단전 배도 홀쭉해진다. 

그 상태에서 자세를 잡은 후에는 숨을 내쉬면서 허리에 힘주었던 것도, 기운도, 홀쭉해진 배도 툭 내려놓는다. 이때 허리를 뽑았다가 골반 위에 반듯하게 얹어놓는 느낌으로 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허리에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자세가 반듯하고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오래 앉을 수도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백회로 숨을 들이쉬며 하늘의 상서로운 기운을 파이프를 통해 단전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의식 속에 단전과 백회를 함께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회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단전을 단련하여 단전 기운이 담뿍한 정도는 돼 있어야 한다. 단전이 담뿍하여 백회호흡을 소화할 수 있어도, 처음에는 백회에서 단전까지의 들숨을 4초 내외로 해야 기체에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들숨이 4초 이상일 때다. 남은 호흡은 단전 속에서 밑에서 위로 말아서 감듯이 하면 된다. 백회호흡이 숙련된 이후로는 백회에서 단전으로 들어오는 숨이 한참 길어도 무방하다. 

백회호흡은 좌선을 잘못해서 걸린 기체도 치유할 수 있다. 좀 더 본질적인 의미로는 마음에 따라 기운이 운용되는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수행 방법이다. 아울러 마음만 먹으면 우주의 상서로운 기운을 마음과 몸 깊이에 어리게 할 수 있어 좌선이 더욱 재밌어진다. 뿐만 아니라 좌선의 바른 자세에 감각이 생기고 몸의 차크라도 한 번에 모두 열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단전주선으로 선정에 들면 몸이 사라지고 차크라를 느끼지 못하니, 이에 대해선 관심을 크게 안 가져도 된다.

이 정도에서 얕은 선정을 느끼며 좌선에 자신감이 부쩍 오른다. 우리가 수행으로 깊은 선정에 이르고 심법이 무르익어 자유에 이르고자 할 때 영생을 통한 수행이 될 수 있다.

[2022년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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