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잘하면 복과 즐거움을 얻고
수행을 잘하면 사람들의 존경과 환영을 받습니다.

고세천 교무
고세천 교무

[원불교신문=고세천 교무] 완연한 가을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좌선 끝나고 산책을 하는데 안개가 잔뜩 껴 앞이 안 보였습니다. 추분이 지나 일출과 일몰 시간이 6시 20분 이쪽 저쪽으로 비슷해졌습니다. 아침 안개가 낀 날은 맑다고 하지요? 한낮에는 기온이 올라 조금 무더웠습니다. 일교차가 큰 요즘, 교도님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을 잘 챙기셔야겠습니다.

오늘은 일심공부와 정신수양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교리도를 보면 일원상 진리에 들어오는 문(門)이 있습니다. 열고닫고 할 때 그 문입니다. 오른쪽 문이 신앙문이고 왼쪽 문이 수행문입니다. 신앙문은 사은사요를 기도와 불공으로 실천해서 들어가고 수행문은 일심과 알음알이 실행이라는 삼학수행을 통해 들어갑니다. 신앙을 잘하면 복과 즐거움을 얻고 수행을 잘하면 인격이 고매해져서 사람들의 존경과 환영을 받습니다.

오늘은 원불교에 들어오는 왼쪽 문(수행문) 중 일심공부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사람이 이번 생에 딱 한 번씩만 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태어나고 죽는 일입니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지만 죽을 때는 순서가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돈과 지식, 명예, 권력 등 많은 것을 경험하고 모읍니다. 

그렇지만 죽을 때 가져가지는 못합니다. 유일하게 가지고 갈 것은 ‘일심의 힘’입니다. 일심은 마음을 하나로 모음입니다. 외경에 끌려 복잡할 때는 염불을 하고, 아침저녁으로 조용하고 번거로운 일이 없을 때는 입정(선)을 합니다. 염불에서는 소리에 일심을 모으고 좌선할 때는 단전에 일심을 모읍니다. 

움직일 때는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모읍니다.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모은다는 의미는 마음이 다른 곳에 흐르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염불과 좌선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이 모아진 경우이고, 초심자의 경우에는 계문을 잘 지켜서 근심과 걱정 끼칠 일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계문공부를 게을리하면 관여하지 않아도 될 일에 참견하여 시비에 휩싸이게 됩니다. 

소태산 대종사님의 제자 중 훈타원 양도신 교무님이 있습니다. 부산 하단에서 18세 때 소태산 대종사님을 따라 익산총부로 와서 전무출신한 어른입니다. 이분이 일심공부에 대해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문을 듣고 실천하는 이야기가 <대종경> 수행품 17장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영양 섭취가 부실해 병에 많이 걸렸는데, 그중 한 분을 훈타원님이 간병하게 되었습니다. 탕약을 달이면서 약이 데워지는 시간을 활용해 바느질을 하였는데 그러다 의심이 생겼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하면서 어떻게 일심의 표준을 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입니다. 약을 달이는 데 너무 집중하면 바느질을 못하고 바느질에 집중하면 약이 타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점을 질문하자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심공부하는 사람은 양도신 밖에 없다”고 크게 기뻐하며 감정을 해 주십니다. “두 가지 일을 하나 열 가지 일을 하나 그 책임을 잘하는 것이 완전한 일심이다. 만약 한 가지에만 정신이 뽑혀 다른 일을 하지 못하면 그것은 조각난 일심이고 부주의한 일심이다.”

훈타원님은 일을 하면서 일심공부의 방법도 찾아간 것입니다. 일심공부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공부입니다. 우리의 삼학 중 정신수양에 해당합니다. 정신수양을 다른 말로 하면 일심공부가 됩니다.

<수심정경>이란 책을 보면 내수양과 외수양이 나옵니다. <대종경> 수행품 9장에도 나오는 법문인데, 초심자가 내수양(內修養)과 외수양(外修養)을 겸해서 일심공부의 기초를 닦게 하는 공부입니다. 내수양은 안으로 마음을 닦는 집심과 관심 공부이고 외수양은 밖의 경계를 대치해서 바람을 멈추게 하는 피경과 사사 공부입니다. 

집심(執心)공부는 마음을 붙잡는 공부입니다. 계문을 준수하는 단계이지요. 내가 남의 말 하는 것, 즉 뒷 담화 하는 것을 좋아하면 그런 경계가 왔을 때 조심하는 것입니다. 마치 소가 쟁기를 끌게 하기 위해 코뚜레를 뚫어 말뚝에 묶어두는 단계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이 단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집심공부를 통해 마음이 어느 정도 모아지면 이제는 그 마음을 잘 관찰하는 관심(觀心)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린아이를 돌볼 때 경험 많은 할머니는 아이가 방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되 위험한 물건 예를 들면 칼, 가위, 거울, 뜨거운 물, 날카로운 물건을 치워둡니다. 관심공부는 이렇듯 마음을 묶지 않고 마음대로 두되 망녕되고 염치없는 것만 거두는 단계의 공부입니다.

피경(避境)공부가 있습니다. 이기지 못할 경계를 피하는 것이지요. 불량배가 골목길 으슥한 데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사람 돈을 빼앗는다고 할 때, 한번은 모르고 가다가 한번은 봉변을 당했다면 두 번째는 그 길을 피해 가겠지요. 이것을 피경(避境)이라고 합니다.

사사(捨事)공부가 필요합니다. 일심공부하는 사람은 일을 할 때 순서를 정하여서 중요하지 않은 일과 너무 번잡한 일은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우리가 장사를 할 때도 이것 하면 돈 벌 것 같고 저것 하면 돈 벌 것 같아서 이 일 저 일 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고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일만 찾아서 하는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염불과 좌선은 일심을 모으는 훈련 과목입니다. 염불 문구인 나무아미타불은 자심미타에 귀의한다는 뜻으로, 인도와 중국 문화권에서는 권위있는 법구(法句)입니다. 생전에 염불을 열심히 하면 좁쌀만한 영단(靈丹)이 뭉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반식이나 천도재 때 영가들에게 염불을 많이 해 줍니다. 영가들의 청정일념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인생에서 꼭 하게 되는 두 번째 일, 죽는 일이 남았습니다. 정산종사께서는 “우리가 죽을 때 가져갈 것은 서원심과 청정일념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일심공부를 부지런히 하여 생전 자신 천도에 힘써 주실 것을 당부하며 오늘 공부 마칩니다.

/논산교당

[2022년 10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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