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루 평균 36.6명… 2시간에 3명이 자살로 사망
자살사망자의 마지막 3개월, 종교기관에 도움 요청, 비율 주목할 만
처음 열린 ‘원불교 생명존중 전문가 과정’에 참가자 몰려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당신에게 ‘자살’은 어떤 의미인가. 자살문제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면, 이 숫자들을 보자. 대한민국의 숫자와 함께, 원불교 재가출가 교도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생생한 결과가 여기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한국. 지난해 하루 평균 36.6명, 즉 2시간이면 3명이 죽고 있다는 통계다. 문제는 우리의 자살률이 너무나 압도적인 데에 있다. 비슷비슷한 38개의 국가가 연령구조를 고려해 변환한 연령표준화 자살률을 비교했을 때, 한국의 23.6명은 전체 평균 11.1명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너무 큰 차이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살률,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및 자살생각률 증가와 청소년·청년층 자살률 증가 등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이 비극이 이제 시작이라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것은 향후 2~3년이며, 여기에 최근 주식·코인 하락으로 인한 채무 증가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 ‘이 비극은 이제 시작’
자살, 막을 수 있을까. 손유미 상담사(에브리마인드 심리상담센터)는 2015~2021년 자살사망자의 마음을 짚어보는 ‘심리부검’에 주목했다. 대상이 된 801명은 마지막 3개월 동안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들 중 도움을 받고자 기관을 방문한 비율은 무려 49.2%(394명)에 이른다. 자살을 생각한 이들 중 절반이 도움을 청했다. 이는 곧, 그들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이들은 어디를 방문했을까. 정신건강의학과(50.3%)와 병의원(42.6%), 그리고 금융기관(9.1%), 법률자문기관(7.4%) 순이다. 자살의 원인 중 정신, 육체적 질환이나 경제적 이유가 많으므로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 다음에 종교기관(6.9%)이 있다. 심리상담센터(4.1%), 자살예방센터(1.8%), 자살예방상담전화(0.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전체 순위로는 5번째인데, 20~34세 청년들이 찾았던 것은 정신건강의학과와 병의원에 이어 종교기관이 3번째다. 
 

‘들어주는 것에서 나아가지 못함’
9월에 진행된 제1회 원불교 생명존중(자살예방)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서, 손유미 상담가는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살문제를 가진 교도를 만난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예’라고 답했다. 이 중 91.7%는 ‘자살생각을 지닌 교도가 1~5명’이라고 했으며, ‘자살행동을 한 교도를 만나보았는지’에 대해서도 같은 답을 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주변에서 자살문제를 겪고 있으며, 자살행동도 비슷한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문은 좀 더 깊이 들어간다. 자살문제를 호소하는 교도는 어떤 유형의 고민을 지니고 있었냐는 질문이다. 죽고 싶은 생각, 자살 방법에 대한 생각, 실제로 자살하려고 마음 먹는 ‘자살생각’이 64%, 자살시도, 자해행동, 자살준비를 위한 약물수집, 유서쓰기 등 ‘자살행동’이 44%, 사망에 이른 자살완료도 20%다. 그렇다면 교도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58.5%의 응답자가 ‘1~5명의 교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응답했다. 

문화사회부의 제1회 원불교 생명존중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로 자살을 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교도들이 있고, 교무나 기관의 교도들은 이들의 고민과 마주해왔다는 반증이다. 응답자들은 자살문제를 지닌 교도와의 면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못함’,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하지 못함’, ‘실질적으로 자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힘듦’ 등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걱정스러운 답변도 있었다. ‘상대의 자살발언과 자해행동에 지친 나머지, 내게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자해 충동을 느낌’, ‘죄책감,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그 감정에서 내가 헤어나오기 어려웠음’, ‘그것이 자살신호였는데 실제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함’ 등이다. 이것이 원불교의 교당 및 기관의 재가출가 교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먼저 사람을 살리고 보는 일
우리는 ‘자살’이라고 말하기조차 껄끄러워한다. ‘극단적 선택’, ‘스스로 생을 마감’과 같은 표현으로 우회하면서까지 직접 언급을 피해왔다. 자살을 개인의 부족이나 부적응 문제로 치부하고,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사회분위기가 바뀐다면, 자살문제를 겪는 이들이 도움을 청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이며 지혜로운 대처도 가능해진다. 이는 곧 생명의 문제요, 우리 사회 전반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간난하고 위태해진 마음들이 기댈 곳을 찾아 다리 위에, 약국 앞에 서고 있다. 먼저 사람을 살리고 보는 일, 지금 세상이 종교에게 간절히 손을 내민다.

[2022년 10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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