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훈 교무
길도훈 교무

[원불교신문=길도훈 교무] 좌선만으로는 원만한 수행이 어렵다. 좌선을 통해 선정에 들어도 선정에 든 것에만 그치면 초목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선정의 힘으로 마음의 눈이 열리고, 알고 싶은 것을 알아도 깨달음이 크지 못하다. 수행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진리인식이다. 선을 통해 선정에 들었을 때, 또는 선정의 힘으로 의식이 열릴 때, 이 진리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자는 진리인식에 적지 않게 공들여야만 한다.

진리인식의 기초는 경전 연마로부터 비롯된다. 경전에는 먼저 다녀간 선지자들이 깨달은 진리와 심경이 담겨 있다. 이 경전을 보는 것과 아울러 현존하는 선지자의 법문과 해설을 보고 들을 때 진리인식에 바른 판단의 기준이 생겨난다. 

경전연마를 일반인으로서 하려고 할 때 방법이 녹록지 않다. 과거에는 종교의 문이 아니고서는 경전연마가 어려웠다. 경전연마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문으로 출가하거나 종교의 신자가 되어야 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여러 매체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서핑해가는 형세다. 문제는 정보의 바다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고 참 수행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종교라야, 소문을 통해 검증된 참 수행자라도 찾을 수 있다. 물론 요즘 ‘종교가 자리와 권력에 가려 종교에서도 참다운 수행자를 찾기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니, 종교계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때이기는 하다.

경전연마로서 좋은 것은 종교의 문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검증된 진리인식의 체계와 참 수행자를 기반으로 여러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폭넓은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고르는 가운데 알찬 정보도 얻는 방법이다.

경전연마의 순서는 <정전> 원문을 읽고, <정전>을 관련 경전으로써 이해하고, 경전의 여러 해설을 보고 듣고, 여러 경전을 분석 정리하여 중론을 얻고, 경전으로써 삶을 짚어보고, 자신의 삶으로 경전을 바라보고, 자신과 그 시대에 맞는지 되짚어간다. 이로써 미처 알지 못한 것에 화두가 생기고, 경전과 자신에 담긴 진리와 내면화가 절실함도 생긴다.

그런데 요즘 경전연마는 과거와 다르다. 법을 획일적으로 널리 뿜어낸 것에 각자가 이해 되지 않아도, 배움이 적은 데에서 오는 자책으로 그 원인을 돌리지 않는다.  대중의 인지가 열리기도 했고 개인의 다양성과 편차를 알기에, 자신에게 알맞은 공부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이는 제도 종교가 사라지고 영성을 닦는 공부의 작은 모임들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이렇다 해도 공부는 여러 사람이 함께 독려하여 공부를 놓지 않음으로써 나날이 공부가 더욱 넓고 깊어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부를 할 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울려서 하는 것이 좋다.

[2022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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