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연 교도
채일연 교도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우리는 흔히 무언가 자기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양을 비유해 ‘엿장수 마음대로’라고 한다. 아무리 엿장수 마음대로라지만 같은 돈에 쥐어주는 엿가락 크기의 차이가 너무 다르면 엿장수도 원성을 피할 수 없다.

동물학대범죄 역시 그렇다. 피고의 유무죄와 그 양형은 전적으로 판사의 몫임이 분명하나 사건마다 양형이 들쑥날쑥이다 보니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다음의 판례를 보자.

[판례1] A씨는 2017년 11월 서울 강북구에서 건물 보일러실을 더럽힌 것에 화가 나 새끼 고양이 2마리를 집어 던지고, 발로 공을 차듯 걷어차 고양이 1마리를 죽이고, 고양이 1마리의 척추 등을 다치게 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고정159 2018. 3. 29 선고).

[판례2] B씨는 2019년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고양이를 땅바닥과 테라스 벽 등에 내리찍고, 머리 부위를 세게 짓밟아 죽인 후 사체를 화단 구석진 곳에 버렸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9고단2803 2019. 11 .21 선고).

위 두 사건에서 A씨는 고작 150만원의 벌금형을, 그것도 선고유예로 받았다. 반면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다. 두 사람 모두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하였으나 판결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동물학대범죄의 판결이 제각각인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범죄에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022년 현재 44개 범죄군에 대하여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해당 범죄 사건의 경우 형량과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형기준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동물학대범죄의 양형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먼저 앞의 두 사건처럼 법관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크고 이로 인해 사법 신뢰성은 물론 범죄예방 효과도 저하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형을 받은 이는 처벌을 두려워 하지 않고 무거운 형을 받더라도 그저 ‘재수 없는’ 일로 치부한다. 또한 동물학대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경찰청이 내놓은 ‘최근 5년간 연도별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 현황’을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960명이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검거되었고, 그 수는 2017년 459명에서 2021년 936명으로 배가 되었다. 

반면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으로 같은 기간 검거인원 중 기소된 인원은 346명, 이마저도 실형에 처해진 이는 단 1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체범죄 사건의 1심처리 결과 실형비율은 26.5%였으나 동물보호법 위반사건에서는 4.7%에 머물렀다. 과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017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의 벌금형으로, 2020년 다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된 동물학대 처벌규정의 개정이 무색할 정도다.

이렇듯 짧은 기간동안 처벌규정이 수 차례 개정되며 강화되었다는 것은 ‘동물학대를 더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사회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학대범죄의 폭력은 언제든 사람에게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엇보다도 동물학대범죄 발생시 죄질에 부합하는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하루빨리 수립돼야 할 것이다.

/불광교당

[2022년 10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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