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상현 교무
라상현 교무

[원불교신문=라상현 교무] 요즘 나의 유무념 조목은 ‘말하기 전에 잠깐 멈춰서 생각하기’다. 말하기 전에 분별과 주착을 채로 한 번 걸러서 비교적 온전한 마음으로 말을 해보자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상대를 내 멋대로 규정짓거나 분별과 주착으로 인한 시비에 사로잡혀 말을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을 쉽게 해 경외심을 잃게 되고, 남의 잘못된 점이나 흉이 될 만한 것을 말하며 적지 않은 구업을 지어왔다. 저 사람이 바로 나에게 복 주고 죄 주는 권능을 가진 부처님임을 안다면, 과연 저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했을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나팔이 한량없는 복을 장만하는 좋은 악기가 되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그 나팔이 한량없는 죄를 불러들이는 장본이 된다”고 했다. 정산종사께서는 “입은 복을 불러들이는 문이기도 하고,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기도 하여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고 했다. 말을 조심스레 삼가는 사람과 마음에 있는 대로 내뱉는 사람은 분명 진리적으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말을 잠시 멈추려 하니 입이 근질거려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잘 챙기게 되면서는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오래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많은 경우 말을 잠시 멈추면 상대에 대한 상(相), 시비, 집착, 분별이라는 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고, 침묵 속에 머물고 있을 때 고요함의 지혜가 떠오른다. 진공이 되고, 여기에서 묘하게 있어지는 이치가 있다. 또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말할 때는 더욱 스스로 내면을 정리하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가치와 욕구를 지닌 상대방을 이해하고 말할 때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에게도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 것도 수행으로 삼아서 진공묘유의 이치대로 해야겠고, ‘대화상대를 부처님 불공드리는 마음을 가지고 하는가’ 하는 처처불상의 신앙과 ‘이 말을 통해 진리적으로 관계 속에서 은혜가 나타나는가’ 하는 인과보응의 신앙대로 해야 하겠다.

/수원교당

[2022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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